남곽자기1)가 책상에 기대앉아 하늘을 우러러 길게 숨을 내쉬니, 그 멍청한 모습이 마치 짝을 잃은 것 같다.
안성자유2)가 그 앞에서 모시고 서 있다가 물었다.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형체는 진실로 마른 나무같이 하시고, 마음은 진실로 식은 재와 같이 하시니 말입니다. 지금 책상에 기대고 있는 분은 전에 책상에 기대고 있는 분이 아닙니다.”
자기가 말했다.
“언아, 자네 또한 착하지 아니한가? 자네가 그렇게 물으니. 지금 나는 내 자신을 잊고 있었는데 자네도 그것을 알았던가? 자네는 인뢰(人籟)3)는 들었을 것이나 지뢰(地籟)4)는 아직 못들었을 것이고, 자네가 지뢰는 들었더라도 천뢰(天籟)5)는 아직 못들었을 것이다.”
자유가 물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자기가 대답했다.
“대체로 대지가 내뿜는 숨을 바람이라 한다. 이것이 일지 않으면 몰라도, 한번 일기만 하면 지상의 구멍이 모두 성낸 듯이 울부짖는다. 너만이 그 소리의 우우함을 듣지 못했는냐? 산 속의 숲이 우거지고 백 아름이나 되는 큰 나무에 패어 있는 구멍이 있다. 이 구멍은 코와도 같으며 입과도 같으며, 귀와도 같으며 쪼구미[병(栟)]와도 같으며, 고리[권(圈)]와도 같고 절구와도 같으며, 연못과도 같고 웅덩이와도 같다. 이 구멍이 바람을 맞아 격류와도 같이 쾅쾅 하는 소리, 화살이 날 듯이 쉬우 하는 소리, 꾸짖듯이 거센 소리, 숨을 들이쉬듯하는 소리, 목청을 높여 부르짖는 소리, 탁 가라앉아 흐린 소리, 깊숙이 기어들어가는 듯한 소리, 재재거리면서 맑은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앞엣것이 우우 하면 뒤엣것이 우우 한다. 작게 부는 바람에는 작게 화답하고 거센 바람에는 크게 화답한다. 그러다가 바람이 한번 자면 모든 구멍들은 텅 비게 되는 것이니, 너만이 저 나무들이 휘청휘청 흔들리다가 또 한들한들 움직이는 것을 보지 못했느냐?”
자유가 물었다.
“지뢰(地籟)는 모든 구멍이 내는 것이고, 인뢰(人籟)는 퉁소와 같은 것이 내는 것이군요. 그러면 천뢰(天籟)는 무엇입니까?”
자기가 이렇게 대답했다.
“대체로 그 불어내는 것이 만 가지로 같지 않지만 그것들을 제멋대로 불어내게 하는 것이 천뢰란다. 그래서 모두가 제멋대로 내는 것이란다. 그러면 그 성내게 하는 것은 누구일까?”
1) 남곽자기: 초나라의 철학자
2) 안성자유: 남곽자기의 제자. 언.
3) 인뢰: 인간의 음악
4) 지뢰: 대지가 울리는 음향. 바람소리.
5) 천뢰: 하늘의 음악. 대자연 우주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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