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虁)는 노래기를 부러워하고, 노래기는 뱀을 부러워하며, 뱀은 바람을 부러워하고, 바람은 눈[目]을 부러워하며, 눈은 마음을 부러워했다. 이는 빠른 것을 서로 부러워한 것이다.
기가 노래기에게 말하기를, “나는 한 개의 발로써 앙감질하며 가지만 자네마냥 빨리 갈 수가 없네. 그러나 지금 자네는 여러 발을 움직여 걸으니 홀로 어떻게 하는 것인가” 하자,
노래기는 말하기를, “그렇지 않네. 자네는 저 침뱉는 것을 보지 못했는가? 침을 뱉었을 때 그 침이 큰 것은 구슬만 하고 작은 것은 안개와 같아서 그것들이 뒤석여 내릴 때는 그 수효를 헤아릴 수가 없네. 지금 나는 내 천연적인 기능을 움직일 뿐이며 그렇게 되는 까닭을 모르네” 하였다. 그리고 노래기는 뱀에게 말하기를,
“나는 여러 개의 발을 움직여 가지만 발 없는 자네를 따라가지 못하니 이는 어째서인가?” 하자 뱀은 말하기를,
“천연적인 기능으로 움직이는 것이니 어찌 그것을 고칠 수 있겠는가? 나는 선천적인 기능으로 걸어갈 따름이라 어찌 발을 쓸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또 뱀이 바람에게 말하기를,
“나는 내 등이나 갈빗대를 움직여 가지만 형상이 있네. 그러나 지금 자네는 휘휘하고 복해에서 일어나 휘휘하면서 남해로 들어가는데 모양이 없으니 어째서인가” 하자, 바람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네. 나는 휘휘하고 북해에서 일어나 남해로 들어가네. 그러나 사람이 손가락으로 찌르면 나는 그 손가락을 분지르지 못하고, 발로 나를 밟으면 나는 그 발을 불어서 날아가게 할 수가 없네. 비록 그렇지만 나는 큰 나무를 꺾고 큰 집을 날리니 이것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네. 그러므로 많은 작은 것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 도리어 큰 것을 이기는 것이 되네. 그런데 이런 큰 이김은 오직 성인이라야 할 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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