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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치유와 수련의 필사(筆寫)

장자 전문 읽기 – 제물론편(2) ...도(道)[만뢰(萬籟)]에 순응하는 큰 지혜

by 두마리 4 2025. 6. 3.

큰 지혜는 한가하고 작은 지혜는 잗달으며 위대한 말은 담담하고 시답잖은 말은 수다스럽다. 잠잘 때는 혼이 외부 세계와 교섭을 갖고, 깨어 있을 때에도 감각이 작용해서 외부와 접촉을 갖는다. 그래서 외부와 어울려 날마다 마음의 갈등을 갖는다. 그리하여 너그러운 사람, 음험한 사람, 은밀한 사람이 있다. 조금 두려워 걱정하는 사람이 있고 크게 두려워하여 정신을 잃는 자도 있다.

 

마치 활을 쏘듯이 말을 빨리 하는 것은 시비를 잘 가리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요, 딱 잡아떼어 맹세하듯이 하는 자는 자기 고집을 세워 남을 이기자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며, 그 후려갈기는 것이 가을이나 겨울의 기후와도 같이 하는 것은 나날이 자기의 천진(天眞)을 깎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사람은 물욕에 흠뻑 빠져 돌이킬 수가 없는 것이다. 그 막아 누르는 것이 꿰맨 듯이 하는 것은 늙음이 심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죽음에 가까운 마음으로서 다시 살릴 수가 없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기쁨, 노여움, 애달픔, 즐거움, 걱정, 한탄, 변덕, , 까불음, 방탕, 솔직, 허세 따위가 있어 그것들은 음악이 마치 피리의 빈 구멍에서 나오듯이, 버섯이 땅의 습기에서 나오듯이, 밤낮으로 교대하여 내 앞에서 나온건만 그것이 어디로부터 나오는 지를 알지 못한다. 아서라, 말아라. 아침 저녁으로 이를 경험하니 그것이 발생하는 곳이 있으리라.

 

만약 그러한 감정이 없다면 라는 자신도 없고, ‘라는 자신이 없으면 그들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렇게 저 감정들과 나 사이는 가깝지마는 누가 그렇게 시키는 줄을 알지 못한다. 그에 대하여는 참다운 주재자가 있는 것 같은데 그 행적을 알 수가 없고, 또 그것이 작용을 하고 있는 줄을 믿지마는 그 형체를 볼 수가 없으며 그런 실정은 있으나 형상은 없다.

 

우리 몸에는 백 개의 골절과 아홉 개의 구멍과 여섯 개의 내장이 있는데 그 어느 것을 사랑해야 하는가? 그것을 모두 사랑할 것인가? 특별히 어느 하나만을 사랑할 것인가? 혹은 그 모두를 신하나 첩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 신하나 첩을 잘 다스릴 수는 없을까? 서로 번갈아 가며 군신이 되게 할 수는 없을까? 아니 진정한 주재자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실정을 찾아 알건 못알건 그 참된 주재자와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다.

 

한번 사람으로서 형체를 받으면 이것을 잘 보존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만물과 더불어 서로 거슬리기로 하고 서로 따르기로 하면서 그 가는 것이 달리듯이 하고 멈출 줄 모르니 또한 슬프지 아니한가? 그러니 종신토록 허덕여도 그 성공을 보지 못하고 고달파 쓰러지면서도 돌이킬 줄을 모르니 또한 애달프지 아니한가? 이렇게 살면서 남들이 너는 아직 죽지 않았다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이몸이 변화하면 정신도 또한 변하니 어찌 큰 슬픔이라고 말하지 않겠는가? 사람의 삶이란 원래 이렇게 어리석은 것인가? 그렇게 나만 어리석고 다른 사람은 어리석지 아니한가?

 

대체로 사람이 도에 어긋나지 않는 마음을 스승으로 삼는다면 어느 누구엔들 스승이 없겠는가? 그런 스승은 변천하는 이치를 알아서 도를 이룬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도를 이루지 못한 어리석은 사람에게도 다같이 있는 것이다. 아직도 마음에 이룸이 없이 시비를 하는 것은 오늘 월()나라를 떠나면서 어제 도착했다는 것과 같고, 아무것도 없으면서 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 아무것도 없는 것을 있다고 한다면 비록 저 신령스러운 우()라도 알 수가 없을 것이니 내가 더욱 어떻게 하겠는가?

 

*만뢰: 자연계에서 나는 온갖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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