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냐/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저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 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 볼 수 있을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같은 것이 저며 올때는/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김민기의 ‘봉우리’ 가사
사람들은 봉우리와 같은 높은 꿈이나 이상을 성취하려고 한다.
지위나 권력, 돈이나 명예를 성취하여
자신이 아는 가장 높은 입신양명과 부귀영화의 봉우리에 오르려고 한다.
부귀영화의 봉우리와 다른 가치의 이상이 있지만 생각하지 못한다.
가장 높은 부귀영화의 봉우리에 다가갈수록 점점 자신의 본래 모습은 잃어버린다.
그러한 욕망 때문에 힘들고 지치고 때로는 의문을 품지만,
그때까지 쌓아온 성과를 버리지 못한다.
그런데 막상 꿈꾸었던 부귀영화를 이루고 나면,
그보다 더 큰 부귀영화에 대한 욕망이 또 생긴다.
높이 오르기만 해야 하는 봉우리와 달리
낮은 데로 내려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때 가 닿는 바다가 있다.
가장 낮은 데로 내려가는 것은 무엇보다 넓고 높지만 보통 사람들은 아무도 꿈꾸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높은 봉우리에 먼저 오르려고 경쟁하고 먼저 오르면 으시댄다.
뒤따라 봉우리에 오르는 사람들은 먼저 오른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보통 사람들은 높은 봉우리에 오르려는 욕망을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욕망 때문에 힘들고 지칠 때
바다와 같이 낮은 데로 내려가서 한없이 넓어지는 삶이 있음을 보면 깨달음이 온다.
욕망의 봉우리는 끝이 없다.
하나의 봉우리에 오르면 더 높은 봉우리가 보이고, 그 봉우리를 오르면 그보다 더 높은 봉우리가 나타난다.
진정으로 가장 높은 봉우리는 가장 낮은 데에 있는 바다인지도 모른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쉬지 않고 올라야 할 미래에 있는 봉우리가 아닐지 모른다.
지금 이곳, 이 순간이 가장 높은 봉우리인지도 모른다.
라잇 나우!
까르페 디엠!
아모르 파티!
김민기의 ‘봉우리’는 동서양 철학의 핵심을 너무나 쉽게 요약해서 잘 표현하고 있다.
(공백 포함 1,638자)
별별챌린지 8기 4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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