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개봉된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가 있었다.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혼기를 넘겼는데도 결혼하지 않은 자식이 있으면, 온 집안의 걱정거리였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미친 짓이었다.
요즘은 2002년에 비해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는 훨씬 많아졌다. 결혼 적령기도 경계가 허물어져 마흔 넘어서 쉰 넘어서도 결혼한다. 결혼도 선택이고, 자식을 낳는 것도 선택이다. 이혼이나 재혼, 싱글도 많아졌다. 비혼으로 사는 것도 옛날에 비해서 훨씬 자유롭다.
주역에는 남자와 여자가 짝을 이루어 합치하는 뜻을 담고 있는 괘는 네 개다. 택산함(澤山咸䷞)은 감응으로 연애괘라 불린다. 택(☱)은 소녀(少女) 또는 여성 성기를 상징한다. 산(☶)은 소남(少男) 또는 남성 성기를 상징한다. 여성이 위에 있고 남성이 아래에 있다. 일반적으로 남녀가 연애할 때는 대체로 남자가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성을 받들어 모시고 온갖 연기를 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비슷하다. 짝짓기를 위해서 수컷들이 암컷에게 온갖 능력을 과시한다.
둘째 뢰풍항(雷豊恒䷟)이다. 항(恒)은 항상으로 부부괘라 불린다. 뢰(☳)는 장남이다. 풍(☴)은 장녀이다. 함괘와 달리 남성이 위에 있고, 여성이 아래에 있다. 부부 관계의 핵심은 항상성이다. 부부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남성 우위의 질서 체계가 바람직하다는 가치관이 들어 있다. 결혼 축사에 단골로 등장했었던 멘트가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변치 않음’이었다. 부부의 백년해로를 기원했다.
셋째 풍산점(風山漸䷴)이다. 점(漸)은 절차를 지켜 점진적인 나아감이다. 여자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정실로 시집하는 것이다. 풍(風☴)은 장녀이고, 산(山☶)은 소남이다.
넷째 뢰택귀매(雷澤歸妹䷵)이다. 귀매는 젊은 여자가 시집감을 상징한다. 그런데 괘사는 나아가면 흉하니 이로울 바가 없다고 말한다. 정실로 시집가는 것이 아니라 첩으로 시집감을 뜻한다. 또는 질제(姪娣)로 감을 말한다. 질제는 예전에, 제후의 부인이 친정에서 함께 데리고 오던 일가붙이가 되는 여자를 뜻한다. 귀매괘의 상괘인 뢰(☳)는 장남이고 하괘인 택(澤☱)은 소녀이다. 남성이 위에 있고, 여성이 아래에 있다.
주역에서 여자가 시집가는 일이란 천지의 가장 위대한 뜻이다. 하늘과 땅이 교제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일어나지 않듯이, 시집가는 일은 인간사의 시작과 끝이라고 보았다.
한 개인의 욕망이나 자유로 보면 결혼은 미친 짓일 수 있다. 하지만 인류나 공동체의 보존으로 본다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미친 짓이다. 물론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나, 아이를 출산하지 않는 현상은 공동체 전체가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공백 포함 1,312자)
별별챌린지 8기 2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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