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와 단계를 밟아 차근차근 진행해야 되는 일이 있다. 주역 풍산점괘(風山漸卦䷴)의 점(漸)은 점진적인 나아감이다. 점진적 나아감을 여자가 시집 가는 일에 빗대어 말하고 있다. 여자가 시집가는 일이야말로 어떤 일보다 차근차근 해나가야 된다고 본 것이다.
여자가 시집가는 것을 ‘여귀(女歸)’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자가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여자가 시집을 감으로 또 하나의 집이 만들어진다. 여자가 시집 가서 하나의 집을 이루고 아이를 낳는 일이야말로 그 본질로 돌아간다는 뜻이리라.
전통적인 혼례 절차에서는 납채(納采), 문명(問名), 납길(納吉), 납징(納徵), 청기(請期), 친영(親迎)이라는 육례의 단계를 거쳤다. 납채(納采)는 신부 측에서 신랑의 측의 결혼 의사를 받아들이는 절차를 뜻한다. 문명은 신랑 측에서 신부 어머니의 성명을 묻는 절차로 신부 외가 쪽의 가계나 전통을 알기 위함이다. 납길은 혼인의 길흉을 점쳐서 길함을 얻으면 그 결과를 신부 측에 알리는 것이다. 납징은 결혼이 이루어짐을 표시하는 절차이다. 징(徵)은 이루어짐을 뜻한다. 납길을 통하여 실질적인 결혼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폐물을 주게 된다. 징은 표시의 뜻이 있으며, 납징은 혼인이 이루어진 표시로서 폐물을 주는 절차이다. 청기는 신랑측에서 신부 측에 결혼 날짜를 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친영은 신랑이 직접 신부집에 가서 신부를 맞이하는 의식으로 오늘날 결혼 예식에 해당한다.
결혼식은 대표적인 경사이고 장례식은 대표적인 조사이다. 결혼은 한 가정의 탄생이고 장례는 한 사람의 죽음이다. 기쁨과 슬픔의 차이일 뿐 그 형식의 거의 흡사하다. 그만큼 삶에서 중요한 의식이다.
풍산점괘(風山漸卦䷴)의 내괘는 간(艮☶)이고 외괘는 손(巽☴)이다. 점진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안으로 멈춰야 하고 밖으로는 겸손해야 한다. 또 점괘의 효사는 모두 기러기의 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러기에는 분별이 있고 순서가 있다. 전통 혼례식에는 청홍 보자기에 나무 기러기를 싸서 상에 올렸다.
(공백 포함 997자)
별별챌린지 19일차
53. 풍산점괘(風山漸卦䷴)
漸 女歸 吉 利貞(점 여귀 길 리정)
彖曰 漸之進也 女歸 吉也(단왈 점지진야 여귀 길야)
進得位 往有功也 進以正 可以正邦也(진득위 왕유공야 진지정 가이정방야)
其位 剛得中也 止而巽 動而窮也(기위 강득중야 지이손 동이궁야)
象曰 山上有木 漸(상왈 산상유목 점)
君子 以 居賢德 善俗(군자 이 거현덕 선속)
-정이천
점차적인 진입은 여자가 시집가는 것이 길하니, 이로움은 올바름을 지키는 것에 있다.
「단전」에서 말했다. 점진적인 진입은 여자가 시집가는 데 길한 것이다.
나아가 지위를 얻으니, 그대로 나아가면 공이 있을 것이다.
나아감을 올바름으로 하니, 나라를 바로잡을 수 있다.
그 지위는 강함이 중도를 얻었다. 합당한 위치에 멈추고 공손하므로, 모든 행동이 곤궁하지 않은 것이다.
「상전」에서 말했다. 산 위에 나무가 있는 것이 점괘의 모습이니,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어진 덕에 자리하고 풍속을 좋게 만든다.
-김경방
점은 여자가 시집가는 것이 길하니 바르게 하는 것이 이롭다.
「단전」에서 말하기를, 점괘의 나아감은 여자가 시집가는 것이 길하다. 나아가서 자리를 얻으니 가면 공이 있을 것이다. 나아가기를 바르게 하니 나라를 바로잡을 수 있다. 그 자리는 강이 중을 얻었다. 그치고 공손하여 움직여도 곤공하지 않을 것이다.
「대상」에서 말하기를, 산 위에 나무가 있는 것이 점괘이다. 군자가 <점괘의 상을> 보고서 덕을 쌓아 풍속을 선하게 한다.
-쑨 잉퀘이
여자가 시집 감에 예법에 따라 차근차근 나아감이 상서로우니, 정도를 지키는 것이 이롭다.
「단전」에서 말한다. 점차적으로 나아감은 여자가 출가할 때 예법에 따라 점차적으로 나아가니 상서로운 것과 같다. 이때 점차적으로 나아가 바른 자리를 얻음은 앞으로 나아가 공을 세울 수 있음을 말한다. 나아가면서 정도를 지키면 나라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점차적으로 나아가 존위에 자리함은 그가 양강이면서 중화(中和)의 미덕까지 겸비했기 때문이다. 조용히 머무르며 화순하니 움직임에 곤궁하지 않을 것이다.
「상전」에서 말한다. 산 위에 나무가 있으니 점진을 상징한다. 군자는 그것을 보고 점차 어진 덕을 쌓아가고 또 사회 풍속을 개선한다.
-김석진
점은 여자가 시집감이 길하니,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라.
「단전」에 이르기를, 점의 나아감이 여자가 시집감의 길함이라. 나아가 자리를 얻으니 가서 공이 있음이고, 나아감에 바름으로써 하니 나라를 바르게 할 수 있음이니, 그 자리는 중을 얻음이라. 그치고 공손하니 움직임이 곤궁하지 않은 것이다.
「대상전」에 이르기를, 산 위에 나무가 있음이 점이니, 군자가 본받아서 어딘 덕에 거처해서 풍속을 착하게 한다.
初六 鴻漸于干 小子 厲 有言 无咎(초육 홍점우간 소자 려 유언 무구)
象曰 小子之厲 義无咎也(상왈 소자지려 의무구야)
-정이천
초육효는 기러기가 물가에 점차로 나아가는 것이니, 소자는 위태롭게 여겨, 말이 있으나 허물이 없다.
「상전」에서 말했다. 소자는 위태롭게 여기나, 의리에는 허물이 없다.
-김경방
초육은 기러기가 물가에 나아감이다. 소자가 위태롭게 여겨 말이 있으나 허물이 없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소자가 위태롭게 여기나 뜻에는 허물이 없다.
-쑨 잉퀘이
초육: 큰 기러기가 날아서 차츰차츰 물가에 이르도다. 무지한 어린 사람에게 원망을 듣고 비방이 있지만 화는 없다.
「상전」에서 말한다. 무지한 어린 사람에게 원망을 듣지만 초육이 천천히 나아가며 조급해 하지 않으니 화를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김석진
초육은 기러기가 물가에 나아감이니, 어린 아이는 위태해서 말이 있으나 허물이 없느니라.
「상전」에 이르기를, 어린 아이의 위태로움이나 의리에 허물이 없느니라.
六二 鴻漸于磐 飮食 衎衎 吉(홍점우반 음식 간간 길)
象曰 飮食衎衎 不素胞也(상왈 음식간간 불소포야)
-정이천
육이효는 기러기가 반석에 점차적으로 나아가는 것이라서, 음식을 먹는 것이 즐겁고 즐거우니, 길하다.
「상전」에서 말했다. 음식을 먹는 것이 즐겁고 즐거운 것은 헛되이 배부른 것이 아니다.
-김경방
육이는 기러기가 반석에 나아가서 마시고 먹는 것이 즐거우니 길하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마시고 먹는 것이 즐겁다’는 것은 공짜로 배부르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쑨 잉퀘이
육이: 큰기러기가 점차 날아서 물가의 너럭바위에 이르니 든든하고 안전하며, 또한 음식을 먹고 마시며 즐겁고 편안하니 상서롭다.
「상전」에서 말한다. 음식을 먹고 마시며 즐겁고 편안하다는 것은 육이가 한 일 없이 거저먹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김석진
육이는 반석에 나아감이라. 마시고 먹는 것이 즐겁고 즐거우니 길하니라.
「상전」에 이르기를, 마시고 먹는 것이 즐겁고 즐거움은 하는 일 없이 배 부르려고 하지 아니함이라.
九三 鴻漸于陸 夫征 不復 婦孕 不育 凶 利禦寇(구삼 홍점우륙 부정 불복 부잉 불육 흉 리어구)
象曰 夫征不復 離群 醜也 婦孕不育 失其道也 利用禦寇 順相保也(상왈 부정불복 리군 추야 부잉불육 실기도야 리용어구 순상보야)
-정이천
구삼효는 기러기가 육지로 점차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남자는 가면 돌아오지 않고 부인은 잉태하더라도 기르지 못하여 흉하니, 도적을 막는 것이 이롭다.
「상전」에서 말했다. 남자가 가면 돌아오지 않는 것은 무리를 벗어나 추한 것이고, 부인은 잉태하더라도 기르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도를 잃는 것이고, 도적을 막는 것이 이로운 것은 이치에 순종하여 서로 보존하는 것이다.
-김경방
구삼은 기러기가 평원으로 나아감이다. 남편은 가면 돌아오지 못하고 부인은 임신하여도 낳아서 기르지 못하여 흉하도다. 도적을 막는 데 이롭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남편은 가면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은 무리를 떠난 것이다. ‘부인은 임신하여도 낳아 기르지 못한다’는 것은 그 도를 잃었기 때문이다. ‘도적을 막는 데 이롭다’는 것은 유순하게 서로 지키는 것이다.
-쑨 잉퀘이
구삼: 큰기러기가 점차 날아서 높은 평원에 이르렀다. 이때 남편은 멀리 떠나 돌아오지 않고, 아내는 정조를 잃고 임신을 했지만 낳아 기르지 못하니 흉하다. 다만 그럼에도 강도를 막는 것이 이롭니다.
「상전」에서 말한다. 남편이 멀리 떠나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구삼이 자신의 동류를 배반하고 떠났음을 말한다. 아내가 정조를 잃고 임신을 하였으나 낳아 기르지 못한다는 것은 구삼의 행위가 부부가 서로 가까이하는 도리를 어겼음을 말한다. 강도를 막는 것이 이롭다는 것은 구삼이 자신을 바르게 지켜 화순한 가운데 서로를 보호하도록 해야 함을 말한다.
-김석진
구삼은 기러기가 뭍에 나아감이니, 지아비가 가면 돌아오지 못하고, 지어미가 아기를 배더라도 기르지 못하여 흉하니, 도적을 막는 것이 이로우니라.
「상전」에 이르기를, ‘지아비가 가면 돌아오지 못함’은 무리를 떠나서 추한 것이고, ‘지어미가 잉태하여도 기르지 못함’은 그 도를 잃음이며, ‘도적을 막는 것이 이로움’은 순리대로 서로를 보호함이라.
六四 鴻漸于木 或得其桷 无咎(육사 홍점우목 혹득기각 무구)
象曰 或得其桷 順而巽也(상왈 혹득기각 순이손야)
-정이천
육사효는 기러기가 나무로 점차적으로 나아가는 것이니, 혹 그 평평한 가지를 얻으면 허물이 없다.
「상전」에서 말했다. 평평한 가지를 얻는 것은 이치에 순종하여 공손하기 때문이다.
-김경방
육사는 기러기가 나무로 나아감이니 혹 평평한 나뭇가지를 얻으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혹 평평한 나뭇가지를 얻는다’는 것은 유순하고 겸손하기 때문이다.
-쑨 잉퀘이
육사: 큰기러기가 점차 날아서 높은 나무 위에 이르렀으나, 혹 옆으로 뻗은 가지를 만날 수 있으니, 허물은 없을 것이다.
「상전」에서 말한다. 혹 옆으로 뻗은 가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육사가 유순하고 겸손함을 말한다.
-김석진
육사는 기러기가 나무에 나아감이니, 혹 그 평평한 가지를 얻음이니 허물이 없으리라.
「상전」에 이르기를, ‘혹 그 평평한 가지를 얻음’은 순하고 공손하기 때문이다.
九五 鴻漸于陵 婦 三歲 不孕 終莫之勝 吉(구오 홍점우릉 부 삼세 불잉 종막지승 길)
象曰 終莫之勝吉 得所願也(상왈 종막지승길 득소원야)
-정이천
구오효는 기러기가 높은 언덕에 점차적으로 나아가는 것이니, 무인 3년 동안 잉태하지 못하나 끝내는 이기지 못하여 길하다.
「상전」에서 말했다. 끝내 이기지 못하여 길한 것은 바라던 바를 얻는 것이다.
-김경방
구오는 기러기가 높은 언덕에 나아감이 부인이 3년 동안 임신하지 못하니 끝내 이기지 못하여 길하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끝내 이기지 못하여 길하다’는 것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쑨 잉퀘이
구오: 큰기러기가 점차 날아서 산언덕에 이러렀다. 아내가 여러 해 임신하지 못했으나 외부의 저지나 방해가 성공하지 못하고 마침내 부부 결합의 목적을 이루니, 상서로울 것이다.
「상전」에서 말한다. 외부의 저지나 방해가 성공하지 못하고 마침내 부부 결합의 목적을 이루니 상서롭다는 것은 구오가 반드시 육이와 화합하고자 하는 소원을 이루게 됨을 말한다.
-김석진
구오는 기러기가 언덕에 나아감이니, 지어미가 삼 년을 잉태하지 못하나, 마침내 이기지 못하니라. 길하리라.
「상전」에 이르기를, ‘마침내 이기지 못하니 길함’은 원하는 바를 얻음이라.
上九 鴻漸于陸 其羽 可用爲儀 吉(상구 홍점우륙 기우 가용위의 길)
象曰 其羽可用爲儀吉 不可亂也(상왈 기우가용위의길 불가난야)
-정이천
상구효는 기러기가 허공으로 점차적으로 나아가는 것이니, 그 깃털이 모범이 될 만하여, 길하다.
「상전」에서 말했다. 그 깃털이 모범이 될 만하여 길한 것은 혼란스럽게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김경방
상구는 기러기가 평원으로 나아감이니 그것은 의표를 삼을 만하니 길하다.
상구는 어째서 어지럽힐 수 없는가? 상구의 뜻을 어지럽힐 수 없기 때문이다.
-쑨 잉퀘이
상구: 기러기가 점차 날아서 높은 평원에 이르렀는데, 그 깃털이 품격의 표징으로 쓰일 수 있으니, 결국은 상서로울 것이다.
「상전」에서 말한다. 그 깃털이 품격의 표징으로 쓰일 수 있어 결국은 상서롭다는 것은 상구의 정신세계가 매우 고결하여 어지럽힐 수 없음을 말한다.
-김석진
상구는 기러기가 하늘에 나아감이니, 그 깃이 의범(儀範)의 될 만하니, 길하니라.
「상전」에 이르기를, ‘그 깃이 의범이 될 만하니 길함’은 어지럽힐 수 없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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