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김장 배추를 8월말에 심었다.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니, 김장 배추와 무 심는 시기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배추는 모종으로 심었는데 따뜻한 날씨가 예년보다 오래 지속되어 불안했다. 주변의 다른 배추들에 비해서 너무 크는 듯했다.
9월이 다 지나갈 무렵 김장 배추를 더 심어두려고 시장에 가니, 김장 배추 모종은 없었다. 봄동 모종이 나와 있었는데 가게 주인은 월동 배추를 권했다. 12월말에 이 배추로 김장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동 배추는 심어본 적이 없다. 날씨가 추워지면 봄동 비슷해질 거라는 생각에 심었다.
12월 중순에 김장을 했다. 무는 제법 큰 것들이 많았다. 작년에 비해 시래기는 깨끗하지 않았다. 배추는 알이 너무 꽉차버렸다. 배추를 쪼개는 데 칼이 잘 들어가지 않아 깜짝 놀랐다. 무게도 큰 것은 4키로그램 넘었다. 배추 속을 보니 배추 뿌리에서부터 안으로 차오르면서 알이 차니 속 고갱이도 길었다. 배추 잎이 너무 빽빽하여 간도 잘 배어들지 않았다. 이제 막 속이 차기 시작하여 겉잎이 시퍼렇게 큰 월동 배추도 몇 포기 김장을 했다.
남은 월동 배추는 알이 조금 차다 날씨가 추워져 요즘 더 커지는 않는 듯했다. 밤에 기온이 좀 크게 떨어져 얇고 하얀 부직포를 덮어씌웠다. 포기가 작은 것은 봄동처럼 옆으로 쫙 퍼졌다. 밤낮 기온 차가 커서 잎이 톡톡해졌다. 요즘 뽑아서 먹는데, 날이 갈수록 단맛이 더 올라와 봄동과는 또 다르게 맛있다.
어제는 다음 주에 있는 장모님 생신을 이번 주말에 미리 챙겨드린다고 처가에 왔다. 월동 배추를 11포기 뽑고, 대파 한 포대기 뽑고, 돼지감자를 조금 캤다. 농산물 시장에 가서 잡어 회 3키로그램, 아나고 회 1킬로그램을 떴다. 혀에 감치는 단맛을 내는 월동 배추 잎에 회를 얹고 겨자, 마늘, 된장, 고추를 같이 싸서 먹으니 맛이 기가 막혔다.
(공백 포함 910자)
별별챌린지 8기 5일차
'일상의 파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자 (0) | 2025.01.02 |
---|---|
새해 복 (4) | 2025.01.01 |
양지꽃 (0) | 2024.12.18 |
이걸, 두고 볼 수는 없다 (0) | 2024.12.10 |
벼 이모작이 가능한가 (0) | 2024.11.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