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대화』(마셜B 로젠버그)를 읽었다.
말은 한계가 있다. 세상만물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말은 그에 따라 즉각적으로 변할 수 없다. 아무리 상징과 비유를 쓰고, 의성어와 의태어 등을 써도 움직이고 변하는 사물을 따라갈 수가 없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만사를 끊임없이 고정시키는 말로 표현하는 셈이다.
언어를 폭력적으로 사용하면 그 한계가 더 커진다. 비폭력대화는 말의 한계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비폭력 대화는 오해와 갈등을 줄이고 원활한 소통과 평화를 늘린다. ‘비폭력대화’의 핵심을 한 단어로 말하면 ‘공감’이다. ‘관찰 – 느낌 – 욕구- 부탁’은 ‘공감’을 네 단계로 말한 것이다.
대화에서 관찰은 태도와 표정을 살피고 경청(敬聽)하는 것이다. 마이크와 언론이 권력이 되는 세상에서 관찰과 경청은 쉽지 않다. 내가 평소에 하는 말들을 생각해보면 끊임없이 판단하고 분석하고 설명하는 말들이 대부분이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 말을 중간에 가로채고 나의 말을 하기 바쁘다.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을 구분하는 훈련이 필요하고, 훈련이 쌓여 습관이 되도록 해봐야겠다.
이 책에서는 공감에 방해가 되는 장애 요소로 다음과 같은 것을 말하고 있다.
-조언하기: “내 생각에 너는 ~해야 해.”
-한술 더 뜨기: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나한테는 더한 일이 있었는데…….”
-가르치려 들기: “이건 네게 정말 좋은 경험이니까 여기서 ~을 배워.”
-위로하기: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최선을 다했어.”
-다른 이야기 꺼내기: “그 말을 들으니 생각나는데…….”
-말을 끊기: “그만하고 기운 내.”
-동정하기: “참 안됐다, 어쩌면 좋니”
-심문하기: “언제부터 그랬어? 무슨 일이 있었는데?”
-설명하기: “그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바로잡기: “그넌 네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거야.”
나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이 10가지를 빼놓으면, 남는 말이 없는 듯하다. 공감 능력이 제로 가까운 듯하다.
인용된 말들 중에 인상적인 것들이 있다. “진정한 공감이란 존재 전체로 듣는 것이다.”(장자). “삶은 과거의 그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 반응할 수 있는 능력, 바로 당신의 존재 그 자체를 요구한다.”(마틴 부버) “우리 스스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원하는 변화가 되자.”(마하트마 간디)
말 아닌 그 사람의 옷차림이나 태도, 표정을 관찰하려고 노력해야겠다. 말은 가급적 줄이고, 하더라도 짧게 해야겠다. 묻거나 요청하는 말에만 반응하려고 노력해야겠다. 내가 상대를 판단하고 분석하고 비판하면 상대도 나한테 거의 그럴 것이다. 내가 상대의 말을 경청하면 상대도 그렇게 변할 것이다.
폭력적인 말을 할 때 가장 먼저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욕설, 비난, 조롱, 비하적인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어쩌면 자신에 대한 불만이 많은 사람이다. 폭력적인 말의 근원은 자신이 아닐까. 폭력적인 말은 듣는 상대를 기분 나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자신을 점점 부정하게 만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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