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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

아버지

by 두마리 4 2024. 5. 29.

늘 엄하고 무서웠다

노는 법이 없었고

노는 꼴도 못 봤다

술도 입에 대지 않고

담배는 하루에 두 갑 반을 피워

늘 메마르고 딱딱하여 다가가기 힘들었다

사는 게 싸움이라지만

울 아버지는 진짜 싸우는 것처럼 살았다

농사철엔 새벽같이 일어나

새벽 요기를 하고 일하고 들어와

아침 식사를 일하다 오전 새참 들고 일하다

점심 들고 일하다 오후 새참 들고 일하다

저녁을 든 후에는 담배를 입에 문 채

잠에 빠져들어 하루에 여섯 번 끼니 들어도

늘 마른 몸집으로 바쁘고 힘들었다

농한기 겨울이 되어도 흐린 날엔

새끼를 꼬고 가마니를 짜고 멍석을 만들고

날씨가 좋은 날엔

마을 어른들과 쇠꼬챙이 넣은 망태를 메고

아침 일찍부터 밤이 어둑해질 때까지 복령을 캐러 다니곤 하셨다

손은 솥두껑만하게 컸고 길바닥을 뚫고 올라온 나무 뿌리처럼 억셌다

가세가 늘어 형편이 조금 좋아질 무렵

암이 발병하여 쉰 넷에 돌아가셨다

아버진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슬프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머닌 혼자 사신다, 30년 넘게

어머닌 너무 오래 사셔서 슬프다

생각해보니 30년 넘게 혼자 사시는 걸

자식인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날이 갈수록 거동이 옛날 같지 않아 슬프다

아버진 아버지가 바빠서 같이 할 시간이 없었고

어머닌 자식인 내가 바빠서,

같이 할 시간이 없다, 멀리..... 살아서

 

*2020년 5월 7일에 썼던 글이다. 문득 생각이 나서 찾아보니, [사랑, 칼같은] 책에도 안 실린 글이라 올려놓는다. 지금은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안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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