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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by 두마리 4 2024. 3. 1.

지구에 온지 60년이 다 됐다. 그 동안 내가 살았던 동네, 거창, 대구, 울산, 대한민국, 지구촌의 문화에 알게 모르게 많이 길들여졌다.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은 길들여진 습관, 고정관념을 깨보라고 말한다.

 

맨 처음 나오는 이야기가 종합검진이다. 병원에 종합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간호사가 어머,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니까, 전유성이 안녕한지 어떤지 보러 왔는데요.”라고 말한다. 말의 참뜻과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하는 일상적인 말의 정곡(正鵠)를 찌른다. 명복(冥福)을 빈다는 말도 천편일률적으로 별 의미없이 하는 말이다. 특별하고 구체적으로 해보자며, “너네 어머니 오이지 맛있었는데.”와 같은 말이 어떠냐고 한다.

 

사람들은 안부(安否)를 묻거나 안부를 전해달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한다. 안부(安否)는 편안한지 그렇지 아니한지에 대한 소식이다. 안부를 전해달하고 할 때는 편안한지 안 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말해주면서 그 내용을 전해달라고 해야 한다. 소식(消息)도 마찬가지다. ()는 사라지고 빠지는 것이다. 날숨이다. ()은 부푸는 들숨이다. 빠지는 상태인지 부푸는 상태인지를 전하는 게 소식이다. 혹시 식식거리다식식(息息)거리다가 아닐까.

 

이른바 아재개그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나온다. ‘사도세자’, ‘사도는 두 자인데 세 자라고 하니 오류가 아니냐고 말한다. 청도에서 감을 사보내면서 “‘사드립니다라고 말한다. ’장롱면허는 장롱을 운전하는 면허냐. 새해 첫날 복국집에서 복국을 먹으로 많이 먹고 있다는 말은 좀 참신하다. 아재개그는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것이다. 논리적으로 애매어의 오류이다.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웃긴다. 논리적이고 정상적인 말은 웃음을 주지 않는다.

 

서양 사람들도 아재개그를 한다. What Do You Call A Deer With No Eyes? I have no idea. 일상 생활에서도 아재 개그를 하면 피식이라도 웃는다. 너무 자주 하면 썰렁하다. 하다보면 순발력과 재치가 결합되어 빵 터지는 아재개그가 나오기도 한다.

 

일반적인 관념을 깨고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는 것들도 재미 있다. 신랑이 신부에게 귓속말로 약속하고 신부가 신랑에게 귓속말로 약속하게 하여 아무도 모르는데 신랑, 신부, 하느님만 아는 약속을 했다는 주례사도 참신하다.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독립선언서 형식의 혼인서약도 새롭다. 말이 느려 단점인 사람에게 더 느리게 해보라고 하고, 말이 빠른 사람한테 더 빨리 해보라는 역발상도 인상적이다.

 

돌아선 여인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지만, 쓰러진 볼링핀은 세울 수 있다는 볼링장 광고 문구,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개나소나 콘서트‘, 임산부를 위한 콘서트, 최초의 학력만 적기도 일반적인 관습을 거부하는 발상이다.

 

교훈을 주고 감동을 주는 내용도 있다. 돈도 중요하지만 계속 할 일을 만드는 것이 가장 훌륭한 노후 대책이란 말에 공감이 간다. ’후라이보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탤런트 시험에 4번이나 떨어지고 코미디언이 되보려고 당시 유명했던 후라이보이 곽규석을 화장실 옆칸에서 만나 다짜고짜 코미디 원고를 자신이 써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도망치듯 나와서 다음에 원고를 갖다 주고 인정받아 후라이보이 뮤직 프로덕션에서 일하게 됐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재미가 있다. 웃기기도 한다. 재미있고 웃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이야기도 있다. 무엇보다 상식을 뒤집고,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논리를 어기는 발상들이 창의적 생각을 자극하고 심심함을 망가뜨려준다.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전유성)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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