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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

지속 가능한 등산

by 두마리 4 2024. 2. 28.

이 동네로 이사온 지 2년이 됐다. 얼마 전부터 뒷산에 오른다. 산으로 말하면 함월산이다. 오르다 보면 산이 잘려 성안동이 나온다. 나름 정상에 이르면 운동기구들이 있다. 족두리 모양의 바위가 있는데 족두리 바위라고 이름붙여 놓았다. 바위라 하기엔 너무 작은데 족두리바위라 명명해놓으니 족두리처럼 생겼다고 여긴다. 오른쪽으로 시내가 보이고 그 발치에 함월루가 있다. 함월루에서 몇 백 미터만 걸으면 백양사가 나온다.

 

 석유공사 건물 뒤쪽으로 가다보면 야자수 매트가 깔린 산으로 통하는 좁다란 길이 있다. 길 옆에는 산수유가 노랗게 꽃을 피우고 있다. 시멘트 포장길을 조금 지나면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있다. 산길 초입 왼쪽에 큰 무덤이 두 개 있고, ‘파평윤씨세장지라고 세로로 쓰인 큰 비석이 있고, 비석 하단엔 가로로 파평윤씨소정공파사청문중이라고 적혀 있다. ‘세장지(世藏地)’는 조상 대대로 묘를 쓰던 곳이다. 북구 화봉동 사청(泗淸) 마을에 파평 윤씨 집성촌이 있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산에는 주로 소나무가 많다. 위용이나 웅장함을 자랑할 만한 크기는 아니지만 숲이 꽤 어우러져 제법 깊은 산중에 들어온 느낌이 난다. 간혹 꽤 큰 소나무도 한 그루씩 보인다. 소나무 떼거리의 등쌀을 이기고 꽤 큰 덩치로 자기 영역을 확보한 참나무들도 여기저기 보인다. 밤나무도 보이고, 산벚나무도, 아카시도 보이고, 옻나무도 보인다. 개옻인지 참옷인지, 제법 미끈한 자태가 참옻처럼 보이기도 한다. 소나무 숲 아래에 있는 관목(灌木)들 중 진달래가 눈에 띈다. 사실 제대로 아는 게 진달래 나무밖에 없다. 참꽃나무들은 한두 개씩 꽃을 피우고 있고, 대부분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곧 터질 듯한 진달래 꽃망울을 보며, ‘터질거예요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터질 거예요. 내 가슴은

당신이 내 곁에 떠나면

나는 그대 못 잊어하며

날마다 생각날 거야

 

터질거예요1976년에 발표된 번안곡이다. 원곡은 Have I Told You Lately That I Love You(최근에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했나요)이다. 원곡이 더 달달하다.

 

Have I told you lately that I love you
Could I tell you once again somehow
Have I told, with all my heart and soul how I adore you
Well darlin' I'm tellin' you now.
This heart would break in two if you refuse me
I'm no good without you anyhow
Dear have I told you lately that I love you
Well darlin' I'm tellin' you now.



Have I told you lately when I'm sleepin'
Every dream I dream is you somehow
Have I told you how the nights are long
when you're not with me 

Well darlin' I'm telling you now
My world would end today if I should lose you
I'm no good without you anyhow

Dear have I told you lately that I love you
Well darlin' I'm tellin' you now
 

사랑하는 당신이 떠나면 내 가슴이 터질테니 떠나지 말란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서 그 아픔이나 슬픔 때문에 가슴이 터지는 것보다, 누굴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벅차서 가슴이 터질 듯한 게 더 좋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가슴이 터지는 게 아니라 부풀어 올랐던 가슴이 시간이 갈수록 바람 빠지는 듯이 피지도 않고 점점 쪼그라드는 게 아닐까.

 

능선까지 오르면 무지둘레길과 만난다. 산 정상 가까운 데 늪지가 있는 걸 보면 무지라는 지명의 가 물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산이 높지 않고 골이 깊지 않는데 물이 많다.

 

아침에 수영을 하고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등산을 한다. 코스를 길게 잡아도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특별한 준비 없이 매일 할 수 있는 등산이다. 늘 지속 가능한 등산이다.

 

 

Have I Told You Lately That I Love You

https://www.youtube.com/watch?v=ZSHkFYkpeV8

 

터질거예요

https://www.youtube.com/watch?v=w8AOlFGIJ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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