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배가 권력을 쥐고 대인을 타고 앉아 농간을 부리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대인이나 군자들이 대세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대세를 이루었다면 결단하고 척결해야 하리라. 이미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면 그 시위를 놓을 때를 결단해야 한다. 고인 물이 썩기 전에 둑을 터서 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 다만 가까운 데부터 알리고 힘을 모으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 또 대중들이 충분히 공감하도록 그 진상을 지성으로 호소하고 밝혀야 한다.
주역의 택천쾌(澤天夬䷪)가 이러한 상황에 맞다.
택천쾌(澤天夬䷪)의 괘이름 ‘쾌(夬)’는 결단(決斷)이다” ‘결(決)’은 물이 터지고 흘러 넘치는 것이다.
택천쾌(澤天夬䷪)의 괘상(卦象)을 보자. 건(乾☰)이 아래에 있고 태(兌☱)가 위에 있다. 다섯 양효가 아래에 있고 하나의 음효가 위에 있다. 하나의 음효가 다섯 개의 양효를 타고 농간을 부리고 있는 형상이다. 여러 양(陽)들이 계속 자라나면 하나의 음효(陰爻)를 결단한다. 군자의 도가 자라나고 소인의 도가 사라져서 장차 다하려는 때이다. 건(乾☰)은 강건함이고 태(兌☱)는 기쁨이다. 결단하고 화합할 수 있음은 쾌괘의 가장 좋은 상태이다.
서괘전(序卦傳)에서는 ‘더해 주고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결단하기 때문에 쾌괘로 받았다’고 말한다. 택천쾌(澤天夬䷪)를 말아서 뒤집은 도전괘가 천풍구(天風姤䷫)이다. 도전괘는 반대편에서 본 괘로 제 3자적 입장에서 일을 살필 때 쓴다. 결단한 음(陰)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만나게 된다. 잡괘전(雜卦傳)에 따르면, 쾌는 결단하고 척결하는 것이다. 강한 것이 부드러운 것을 척결함이니, 군자의 도는 자라고 소인의 도는 근심스러운 것이다. 택천쾌(澤天夬䷪)의 호괘(互卦)는 중천건(重天乾䷀)이다. 쾌(夬)의 알맹이는 양강(陽剛)함이다.
택천쾌(澤天夬䷪)의 괘사(卦辭)를 보자.
夬 揚于王庭 孚號有厲 告自邑 不利卽戎 利有有往. 쾌는 왕의 조정에서 소인의 죄를 지성으로 호소하고 위태로움을 가지며, 자기의 읍부터 경고하고 군대를 일으키는 것을 이롭게 여기지 않으면 가는 바가 있음이 이롭다.
쾌(夬䷪)는 12벽괘 중 3월의 괘이다. 12벽괘를 순서대로 하면 다음과 같다. 복(復䷗子月, 11월), 림(臨䷒ 丑月, 12월), 태(泰䷊ 寅月 1월), 대장(大壯䷡ 卯月 2월), 쾌(夬䷪ 辰月 3월), 건(乾䷀ 巳月 4월), 구(姤䷫ 午月 5월), 돈(遯䷠ 未月 6월), 비(否䷋ 申月 7월), 관(觀䷓ 酉月 8월), 박(剝䷖ 戌月 9월), 곤(坤䷁ 亥月 10월). 3월은 양(陽)이 음(陰)을 결단해야 하는 때이다.
소인이 권력을 쥐고 대인을 타고 농간을 부리고 있다면 그 소인을 척결할 때 두려움을 경계하고 일처리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 소인에게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도록 만들어 군주와 대중에게 소인의 진상을 알려야 한다. 자기가 거처하는 읍에서 시작하여 가까운 데서 먼 데 이르기까지 사람들에게 소인을 경계할 것을 경고해야 한다. 이때 군대를 따르거나 무기를 숭상해서는 안 된다.
단전에서 이렇게 해설한다. 쾌는 결단함이니 강(剛)이 유(柔)를 결단하는 것이니 강건하고 기뻐하며 결단하고 화합한다. ‘왕의 조정에서 소인의 죄를 드러낸다’는 것은 유가 다섯 강을 타고 있는 것이다. ‘지성으로 호소하고 위태로움을 갖는다’는 것은 그 위태로움이 광대한 것이다. ‘자기의 읍부터 경고하고 군대를 일으키는 것을 이롭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은 숭상하는 바가 이에 다하는 것이다. ‘가는 바가 있음이 이롭다’는 것은 강의 자라남이 이에 끝나는 것이다.
상전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못이 하늘에 올라가는 것이 쾌괘이다. 군자가 보고서 녹을 베풀어 백성에게 미치고 은택을 쌓아 두는 것을 싫어한다. 녹이나 은택을 쌓아두고 백성에게 베풀지 않는 것은 소인의 농간으로 인한 것이다. 이를 척결하고 백성에게 베풀어야 한다.
택천쾌(澤天夬䷪)의 효사(爻辭)를 보자.
초구는 앞으로 나아가는 데 강성하니 가서 이기지 못하면 허물이 될 것이다. 상전에서는 이길 수 없는데 가는 것은 허물이라고 말한다. 대장괘(大壯卦䷡)와 비슷하다. 대장괘는 네 양효 위에 두 음효가 타고 있다. 대장괘의 초구는 발에서 강성함이니 가면 흉하다고 되어 있다. 비록 소인일지라도 권력을 쥐고 지배하고 있다면 실제로는 힘에 현격한 차이가 있어 조급히 움직이면 반드시 실패한다.
구이는 두려워하고 호소하니 밤에 적병이 있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상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적병이 있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중도를 얻었기 때문이다. 구이는 여섯 효 중에서 가장 좋은 효이다. 부정(不正)하지만 득중(得中)이다. 적병이 있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려면, 일이 없을 때에 처하기를 일이 있을 때와 같이 해야 한다. 그러면, 일이 있을 때에 처하기를 일이 없을 때와 같을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연습을 실전같이 하면 실전에서 두려움이 없다.
구삼은 광대뼈에 강성하니 흉함이 있으나 군자가 결단하고 결단하면 홀로 가다 비를 만나 젖는 듯하여 성냄이 있으나 허물은 없을 것이다. 상전에서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군자는 결단할 것을 결단한다. 마침내 허물이 없다. 구삼은 양이 양자리에 있어 정(正)하다. 상육과 응(應)한다. 상육과 응하여 유혹에 빠지거나 젖어 결단하지 못할 수 있지만, 군자답게 결단한다면 허물이 없다.
구사는 볼기에 살이 없으며 그 행함이 머뭇거리니, 양(羊)을 끌면 뉘우침이 없으련마는 말을 듣더라도 믿지 않을 것이다. 상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 행함이 머뭇거림’은 자리가 온당치 않음이고 ‘말을 듣더라도 믿지 않음’은 귀밝음이 밝지 않은 것이다. 구사는 부정(不正)하다. 초구와 응(應)을 이루지도 못하고, 구삼ㆍ구오와 비(比)를 이루지도 못한다.
구오는 쇠비름을 결단하고 결단하면, 중(中)을 행함에 허물이 없다. 상전에서는 ‘중을 행함에 허물이 없음’은 중(中)이 빛나지 못함이라고 설명한다. 구오는 구이와 응(應)을 이루지 못하지만, 상육과 비(比)를 이루고 득중(得中)이다. 구오는 상육과 비(比)이루기에 쉽게 결단을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쇠비름과 같이 축축하고 야들야들한 상육과 인연을 끊고 결단해야 허물이 없다.
상육은 호소할 데가 없으니, 마침내 흉함이 있다. 상전에서는 ‘호소할 데가 없어 흉함’은 끝까지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상육은 정(正)하고 구오와 응(應)을 이룬다. 하지만 음(陰)이 홀로 맨 위에 처하여 나아갈 곳도 없고 호소할 곳도 없다.
(공백 제외 2,461자)
'주역으로 글쓰기 > 글쓰기로 자강불식하는 주역(두마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은 늘… (0) | 2024.01.29 |
---|---|
하늘 땅...그리고 완성 미완성 (0) | 2024.01.27 |
산택손괘(山澤損卦䷨), 덜어냄 (2) | 2024.01.08 |
갑탁(甲坼) (3) | 2024.01.03 |
어렵고 험난함의 때와 쓰임 (2) | 2023.12.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