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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으로 글쓰기/남만성선생『주역』(+에세이,점사)

山水蒙(산수몽)괘 -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by 로겨뷰 2023. 1. 6.

 

䷃ (산 아래 물 - 艮上간상 坎下감하)

산 아래에 험난한 물이 있다. 험난하여 갈 바를 모르고 멈춰 있는 상태가 몽蒙괘의 상징이다.

「蒙」은 몽매(蒙昧)하다는 뜻이다. 몽매한 상태에서는 오직 형통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형통할 수 있는 도리를 수행한다면 때에 적중한 시책이 될 것이다. 발전할 것이다.

몽매한 동몽(童蒙)을 교육하는 방법은 동몽이 스스로 선생에게 배우기를 원하는 의욕이 생기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선생이 어린이에게 배우기를 강요하는 방법을 써서는 안 된다. 그리하여야만 선생과 제자는 배우고 가르치는 데 서로 마음이 호응할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배우는 자가 선생의 가르침을 믿게 하는 데 있다. 어린이의 몽매를 깨우쳐 주는 데는 처음 한 번 한 말을 변경하지 말고 한결같아야 한다. 그래야만 마음속에 신념을 가지게 된다. 말을 두 가지 세 가지로 바꾸면 어린이의 의심은 더욱 혼란하게 된다. 혼란하여지면 깨닫지 못한다.

이것은 점(占)치는 경우와 같다. 전일한 마음으로 한 번 점치면 최초의 점에서 진실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같은 점을 되풀이한다면 이것은 점의 신성을 모독하는 것으로 바른 계시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몽」의 도로써 바른 덕성을 기르는 것은 곧 성인의 길에 들어가게 하는 공이 되는 것이다.

 

大相 - 산 밑에 솟아 나는 샘물, 이것이 몽의 괘상이다.

군자는 이 괘상을 보고 바른 일을 과감하게 실천하면서 묵묵히 덕을 기른다.

 

初陰 - 무지를 계발하는 데는 형벌을 엄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규율을 바르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형벌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길이 지속하여 가는 것은 좋지 못하다.

 

二陽 - 이 제이의 효는 양효로서 위에도 음효, 아래에도 음효가 있다. 이것은 지도자(양효)가 피지도자(음효)를 인솔하고 있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몽」을 포용하고 있는 것이다. 「몽」은 약한 자, 어린 자, 지혜가 부족한 자를 의미한다. 이것은 어린애를 안고, 아내와 화합한 모습으로 길하다. 어머니를 도와 집안을 잘 다스려 갈 것이다.

 

三陰 - 장가 드는 데 이 여자를 취하지 말라. 그의 행동이 남녀간의 예절의 순서에 어긋난다. 건장한 사나이를 보고는 여자로서 예의바른 몸가짐을 하지 못하고 그쪽에서 먼저 프로포즈한다. 그러한 여자에게 장가들었다간 아무런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이 제삼효는 음효로서 하괘의 상위에 있고、제육효는 양효로서 상괘의 상위에 있다. 남녀의 형상이다. 그런데 삼음이 상양을 향하여 프로포즈하는 형태라고 보고, 여자가 먼저 남자에게 구애하는 것은 남녀간의 예의 순서에 어긋나는 행동으로서 그 몸가짐이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아랫 지위에 있는 자가 자기가 먼저 자신의 재지를 자랑하면서 등용해 주기를 요구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인 것이다.

 

四陰 - 무지, 몽매속에서 괴로워한다. 몽매를 계발하여 줄 현명한 지도자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효는 위에도 음효, 아래에도 음효여서 마치 무지몽매한 자들의 집단 속에 싸여서 홀로 양효와 멀어져 있는 고독한 형태인 것이다. 궁지에서 어찌 할 방법이 없어 고민한다.

 

五陰 - 무지한 자가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겸손한 태도로 유능한 사람에게 모든 일을 맡기고 그에 좇고 있는형상. 길하다. (제오효는 음효로서 <주역>에서 제왕의 지위로 중시하는 제오효의 지위에 있으니 무지한 자가 높은 지위에 있음과 같다. 그러나 이효(양)와 음양상응의 관계에 있어서 모든 것을 그에게 위임하고 마음으로부터 그에게 순응하고 있는 형상이므로 길하다는 것이다)

 

上陽 - 양효가 최고의 위치에 있으면서 아래의 모든 음의 몽매를 퇴치한다. 몽을 퇴치함에 있어서 피계몽자의 몽매, 그것을 원수처럼 미워하여서는 안된다. 차라리 몽매를 틈타서 외부로부터 침입하려는 악을 방어하여 주는 것이 좋다. 그리하여야 상하의 마음이 서로 화순할 것이다.

 

산수몽(山水夢)&nbsp;Dream of Mountain and River Ink, Pigment on Korean paper_91&times;91cm_2011

 

후기(後記)

〈주역〉의 논리는 상식 위에서 전개되는 것이다.

산수몽 괘는 산을 상징하는 간艮(☶)괘가 위에 있고 물을 의미하는 감 坎(☵)괘가 아래에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 이것은 산 밑에 물이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몽은 어린이라는 뜻이다. 물의 어린이라면 샘물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논법에서「산수몽」은 산기슭에 솟아나고 있는 샘물을 상징하는 괘이다.

샘물은 아직 가냘프고 연약한 물의 어린이다. 지금 당장은 저 혼자서 웅덩이를 뛰어넘어 활개 치며 달릴 만한 힘은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샘물에는 쉼이 없이 솟아나는 근원이 있다. 그러므로 무한한 발전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장차는 둑을 끊고 나와 돌부리를 돌고 풀 사이를 헤치며 제 갈 길을 가고야 말 것이다. 실개천이 되고, 작은 내가 되고, 작은 내는 다시 강이 되어, 마침내는 바다에 도달할 것이다. 나무가 울창한 깊은 산중에서 맑은 샘물이 솟아 나와 조잘조잘 소리를 내며 산골짜기를 멀리 흘러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우리는 거기에서 먼 장래를 생각하게 되며, 생명의 약동을 느끼게 되며, 희망과 환희를 가져오게도 된다.

 

샘물이 혼자서

춤추며 간다

산골짜기 돌 틈으로

 

샘물이 혼자서

웃으며 간다

험한 산길 꽃 사이로

 

하늘은 맑은데

즐거운 그 노래

산과 들에 울리운다.

 

이것은 주요한선생의 <샘물이 혼자서>라는 제목의 시다.

박목월선생은 이 시의 해설에서 「...산골을 흘러 내리는 생기 발랄한 정신, 그 정신이 이 시의 내용이다. 일제의 굵은 쇠사슬에 억압된 겨레의 가슴속에 한줄기의, 산골로 흐르는 그 줄기차고, 생기 있고, 경쾌하고, 신선한, 그야말로 흐르는 물과 같은 정신을 불어 넣으려는 것이다. 이 시에서 다만 샘물이 흘러 내리는 것을 생각하지 말고 어두운 가슴속으로, 그어둠의 답답하고 아득한 것을 뚫고 흐르는 한줄기의 싱싱한 물줄기를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있다. 샘물은 일제의 억압 밑에서 울고 있던 우리 겨레의 가슴에도 희망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무한한 생명력과 장래성과 희망을 지니고 있는 것이 샘물이다.

샘물을 인간에 비하면 어린이다. 산수몽괘는 샘물의 이치를 빌어 사람의 일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는 아직 철이 들지 않고 분별의 능력이 없는 연약하고 몽매한 인간이다. 그러나 어린이는 성장하고 발전할 무한한 소지를 가지고 있다. 장차는 국가와 사회를 어른들에게서 이어 받을 것이며 또 이것을 요리할 것이다. 겨레의 번영과 나아가서는 세계의 평화도 인류의 행복도 장차는 어린이었던 그들의 손에 기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이 어린이의 앞날은 양양하며 기대는 큰 것이다.

<대한민국 어린이의 헌장>은 그 첫머리에 「어린이는 나라의 앞날을 이어 나갈 새 사람이므로 그들의 몸과 마음을 귀히 여겨 옳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힘써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또 시인 고 강소천선생은 〈어린이 노래〉라는 동요를 지어 나라의 장래를 그들에게 걸고 있다.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같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나무들같이

너도 나도 씩씩하게 어서 자라서

새 나라의 기둥 되자 우리 어린이

 

햇님 보고 방긋 웃는 꽃송이같이

아름답게 피어 나는 꽃송이같이

너도 나도 곱게곱게 어서 피어서

새 나라의 꽃이 되자 대한 어린이

 

바다 찾아 흘러 가는 시냇물처럼

조잘조잘 노래하는 시냇물처럼

너도 나도 서로서로 힘을 모아서

새 나라의 힘이 되자 대한 어린이

 

그러나 어린이는 아직 분별의 능력이 없는 몽매한 존재이기 때문에 이 몽매를 계발하여 잘 지도해야 올바른 발전도 장래의 대성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역>은 여기에서 계몽 즉 교육을 역설하고 있다. 진실로 이로정연(理路整然)한 논리이다.

 

칸트는 사람은 교육에 의해서만이 인간답게 된다고 하였다. 인간은 자연상태 그대로 이미 인간다운 인간인 것은 아니다. 인간은 단지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에 불과한 것이다. 난 그대로의 인간은 몽매한 것이다. 그대로 방임하면 그것은 동물 이상의 발전을 하지 못할 것이다. 방임하였다가는 아주 구제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주역〉은 여기에서 다시, 그러면 계몽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교육의 방법론까지 제시하고 있다.

 

첫째 교육은 피교육자의 자발적 의욕을 유도해야 한다. 지도자의 일방적인 강요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발적 학습을 중시하는 오늘의 새로운 교육원리와 일치한다. 「참된 학습의 효과는 자발적인 활동에 의해서만 볼 수 있다」고 최근의 교육심리학은 주장하고 있다. 이것을「자기 활동의 원리」라고도 한다. 오랜 세월을 두고 인간이 시도하여 온 모든 교육방법의 총결론에서 얻어진 오늘의 새 교육원리가 적어도 삼천년 이전의 것으로 추측되는 〈주역〉의 교육이론과 완전 일치한다는 것은 유쾌하다기보다는 차라리 경이를 금치 못할 일이라고 하겠다.

 

다음은 배우는 자로 하여금 믿게 하라는 것이다. 배우는 자가 가르치는 자, 나아가서는 가르침 그것을 믿지 않고 의심하게 되면 이것은 벌써 교육의 모독인 것이다。거기에서는 아무런 성과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이것은 오늘도 진리임에 틀림이 없다.

다음은 효사에서 몽매한 자를 교육할 때는 형벌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즉 규율을 엄격하게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예기〉라는 책에 선생이 엄격해야 가르침이 존중된다는 말이있다. 가르침의 위신을 세우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오늘의 교육에 있어서도 진리의 일면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몽매를 퇴치하는 데는 몽매 그 자체를 원수로 치지 말고 외부로부터 침입할 악을 방어하여 줌이 좋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지 혹은 몽매 그 자체를 지나치게 꾸짖기보다도 그 무지, 몽매를 틈탄 악의 침투를 막으라는 것이다. 그 환경을 좋게 하여 주자는 것이다. 구태여「맹모삼천孟母三遷」(맹자의 어머니가 어린 아들의 교육 환경을 위하여 세번 이웃을 옮겼다는 이야기)의 옛일을 들 것도 없이 교육환경의 중요성은 오늘의 교육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대충 이런 것이 산수몽괘가 보여주는 괘상이며 설명인 것이다. 이 괘는 그 상징으로 샘물을 들고 샘물에서 미루어 어린이를 주제로 하여 설명하고 있으나 샘물이나 어린이는 그 한 예에 불과한 것이다. <주역>의 모든 괘는 추리에 의하여 천지 만물과 인간의 모든 일에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산수몽」은 어린이의 상징일 수도 있고 사업일 수도 있고 어떤 경륜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어떤 경우에라도 이 괘를 얻은 이는 여기에서 계시한 이치를 깨닫고 본받아야 할 것뿐이다. 이 계시를 지키면 길할 것이요, 지키지 않으면 불길할 것이다. 이 계시는 자연과 인간의 벗어날 수 없는 당연한 귀결을 논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지키고 안 지키는 것은 오로지 그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주역〉은 또 한 번 사람의 정신이 그의 운명을 길한 것으로도, 흉한 것으로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하여 주고 있는 것이다.


괘풀이

「蒙」은 교육을 말하고 있는 괘로서 현재는 사물이 분명하지 못하지만, 곧 광명한 때가 올 것을 의미한다. 자녀의 교육에 힘이 들지만, 장래가 즐거운 형상이다. 그러나  때를 기다려야 한다. 무슨 일이나 급히 서둘면 실패할 것이다. 그리고 독단으로 일을 결정하지 말고 선배와 윗사람의 가르침에 순종하면 앞으로 발전하여 성공을 얻을 것이다.

운수는 처음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노력하면 그만큼 호전할 것이니 희망을 가지고 힘쓰라. 어린이나 젊은이의 장래 혹은 지금부터의 사업의 진전 등을 점쳐서 이 괘를 얻으면 전도는 크게 유망하리라. 특히 아이들의 장래를 점치다가 이 괘를 얻으면 장차 큰 인물이 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또 학문·연구에 관계있는 일이면 모두 길할 것이다.

 

〔운수〕 급히 서둘지 말고 선배의 의견을 좇으라, 점차로 운기가 돌아올 것이다.

〔소망〕 자기 분수에 알맞은 일 한 가지만을 선택하여 그것에만 집중적으로 노력하면 성취할 것이다. 욕심을 부리거나 급히 굴면 실패한다.

〔혼담〕 이루어지지 못한다.

〔임신·출산〕 대체로 순산

〔건강〕 소화기계통의 병에 조심하라. 좀 오래 갈지도 모른다.

〔분쟁·소송〕 지금은 아직 불리하다.

〔여행〕 중지함이 좋다. 도난・병난의 징조가 있다.

〔실물〕 찾지 못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린이에게 물어보라.

〔대인·음신〕 올 의사는 있으나 늦어질 것 같다.

〔재수〕 수표·어음·증서 등에 의한 사고가 있겠다. 금융은 현재 순조롭지 못하다.

〔증권・상품시세〕 약세로 보합된다.

 
 
이 글은 1976년 성균서관에서 출판된 남만성(南晩星)선생의 주역周易』을 원문 그대로 옮겨놓은 글입니다. 오래된 책이라 이미 절판되었으나 그냥 묻혀버리기엔 아까운 콘텐츠여서 보다 더 오래,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이곳에 게재합니다.
재출간 가능성이 있을까싶어 저작권자와 출판권자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지만,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혹시 저작권자 등이 확인되거나 문제제기가 있을 경우 삭제 조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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