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3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시 암송 『메타인지의 힘』(구본권)을 읽고 있다. 215쪽에 나오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미국의 인지신경학자 매리언 울프는 나치 치하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인 86세 어머니가 릴케와 괴테의 시들을 외워 수시로 재치 있게 활용하는 것을 궁금히 여겨 어떻게 그렇게 많은 시를 암송하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울프의 어머니는 “혹시 강제수용소에 끌려가게 되더라도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무엇인가를 간직하고 싶어서였지”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초등학교도 다닌 적이 없다. 그래서 문자나 숫자를 배우지 못했다. 적을 수 없으니 모든 머리로 기억했다. 가족들 생일, 집안의 제삿날, 돈을 빌리거나 품앗이한 것, 다른 집안의 대소사 등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문자 해독을 못하시면서 보따리를 서너 개씩이나 들고, 버스를 몇 번이 갈아타.. 2023. 9. 4. 머리카락 머리카락 70년대 말에 중학교를 다녔다. 면소재지에 중학교가 있었고 우리 집은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넘게 산골짜기로 들어가야 했다. 비포장 도로였고 버스는 하루에 두세 번 있었다. 버스를 타고 통학하는 애들이 많았지만, 등하교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고 그 시간이 아까울 때도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통학하기도 했다. 비나 눈이 올 때는 불편했다. 도로에 제법 굵은 자갈이 많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며 자갈을 피하려다 논바닥으로 굴러 쳐박히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면소재지에 있는 동네, 특히 학교 옆 동네에서 자취하는 애들이 많았다. 선생님들도 대부분 처녀 총각이었는데,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했다. 방은 학생들의 자취방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시험을 치고 나면 한 번씩 불려가 채점을 해주고 따뜻한 .. 2023. 3. 29. 어머니의 시간 어머니의 시간 2023년 2월 26일 아침 어머니가 회관에 아침 드시러 나왔다가 주저앉았다고 연락이 왔다. 오른쪽 팔다리에 힘이 없단다. 뇌출혈, 중풍(中風)이다. 박정임, 1936년 4월 14일에 경남 거창군 가북면 몽석리 내촌에서 태어나셨다. 어머니의 아버지...외할아버지는 기억이 없다. 어머니의 어머니 ...외할머니는 맏딸의 둘째 아들인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졸업하고 결혼할 때까지 늘 허리 꼬부장하고 곰방대 물고 한결곁이 웃는 모습으로 반겨 주셨다. 지금 생각하니 희한하게도 20년 넘게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어머니 생일이 음력 8월이니 실제는 1935년에 태어나셨겠다. 1935년이면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였네. 사는 게 어려웠겠다. 어머니가 시집갈 때 동네에서 모두 부러워했다니 삼시 세끼 밥 .. 2023. 3.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