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움302 들깨와 천뢰무망(天雷无妄) 어제 들깨 수확을 했다. 경작한 들깨가 아니다. 2년 전에 들깨를 한 번 심은 뒤 그 씨가 떨어져 저절로 난 것들이다. 양파를 수확한 두둑에 저절로 올라왔다. 양파의 생장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뽑았는데, 그 후에 자란 것들이다. 처음에는 잡초를 몇 번 뽑아 주었다. 들깨 한 포기가 워낙 무성하게 가지를 벌어 다른 잡초들을 모두 덮어 제대로 크지 못하게 만들었다. 노지(露地) 들깨다. 거의 야생(野生) 들깨라고 할 수 있다. 들깨의 ‘들’은 ‘야생으로 자라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다. 들벌, 들오리, 들국화, 들개, 들고양이 등의 낱말에서 볼 수 있다. 들깨는 재배를 하지만 야생의 생명력이 강하다. 한 번 심으면 그 씨가 떨어져 해마다 올라오고, 내버려둬도 잘 자란다. 다른 잡초들과의 경쟁력도 강하다. .. 2024. 10. 31. 진짜 공부 진짜 공부라고? 가짜 공부도 있나? 공부 같지 않은 공부도 있다. 억지로 하는 공부, 시험만 보고 나면 생활이나 생존에 아무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내용을 배우는 공부다. 단편적으로 조각조각 외워서 도대체 삶의 맥락과 연결이 안 되는 공부다. 그렇다고 전혀 쓸모 없지는 않다. 그 과정에서 아주 작은 깨달음도 있고 입시나 자격의 방편은 되기 때문이다. 또는 어쩌다 뜻밖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자극되어 진짜 공부로 연결되기도 한다. 진짜 공부는 삶 그 자체가 아닐까. 학교나 학원에서 또는 어떤 매체를 통해서 문자나 그림, 영상으로 된 지식과 정보를 배우고 이해하고 깨닫는 것이 보통 말하는 공부이긴 하다. 하지만 이런 공부는 총체적이지 않다. 살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몸과 머리를 종합적으로 써 가면서 느끼.. 2024. 10. 29. 혁명은 순간의 집적이다 물과 불은 상극이다. 물은 불을 꺼지게 한다. 화재 진압의 가장 강력한 수단은 물이다. 며칠 동안 잡히지 않던 산불도 비가 오면 사그라지고 만다. 강력한 불은 약한 물을 말려 버리기도 한다. 여러 날 지속되는 땡볕은 수분을 증발시키고 식물을 말려죽인다. 사람 관계도 물과 불처럼, 불과 쇠처럼 서로 상극이 있다. 둘째 딸과 막내 딸의 관계처럼 같이 있으면 서로 뜻을 이루지 못하는 관계가 있다. 물과 불이 만나면 어느 한쪽이 없어지는 변화가 일어나듯이, 불과 쇠가 만나면 쇠가 녹거나 단련되듯이, 서로 뜻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만나면 개혁을 하듯이, 상극이나 상충은 변혁을 유발한다. 한 개인의 자기 혁명도 어렵고, 한 사회 전체의 혁명도 어렵다. 바꾼다고 마음먹고 있으면서도 바꾸지 못하는 습관들이 얼마나.. 2024. 10. 24. 찬란한 멸종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이 생길 때마다 우울함을 피할 수 없다. 일부 사람들의 노력으로 탄소 농도를 낮추기는 역부족이다. 한 개인이 기상 이변을 걱정한다는 것은 기우(杞憂)처럼 무의미하고 허망하다.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말라죽어가는 소나무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초탈하기는 힘들다. 이정모의 『찬란한 멸종』을 보면 좀 초연해진다. 46억 년 동안에 지구에서 일어난 대멸종에 대해서 역순으로 말하고 있다. 46억 년 동안 지구의 기온은 지금보다 훨씬 더 더웠던 적도 있었고, 더 추웠던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생물들의 대규모 멸종은 일어났지만, 지구는 멀쩡하다. 인류가 멸종하더라도 지구는 멀쩡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정 능력을 회복할 것이고, 다른 생명체가 출현할 것이다. 현재 탄소 농도가 높아진 .. 2024. 10. 24.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7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