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은 아름답다>
사월 중순 아침이다. 엊저녁에 비가 내린 모양이다. 울산에서 언양으로 가며 길가의 나무들을 본다. 비로 젖은 물기가 마르지 않아 검은 윤기가 난다. 비가 갠 아침이라 풀과 나무들이 아주 맑고 싱싱하다.
높지도 않은 산 허리에 흰 구름이 목욕 가운처럼 걸쳐 있다. 이제 막 태양으로부터 쏟아져 나온 빛줄기들이 나뭇잎에 배어있는 빗물을 하얀 증기로 날려올린다. 구름같은 안개같은 하얀 기운이 산등성이로 꿈틀거리며 날아오른다.
옛날엔 오월의 신록(新綠)을 예찬했다. 야산(野山)과 높은 산 중턱까지 새잎들이 나와 온산을 담초록으로 물들이고 있다. 아까시나무, 벽오동도 잎을 내밀고 있다. 오동(梧桐)과 등(藤)나무도 자줏빛 꽃을 피우고 있다. 비 갠 아침, 물기가 채 덜 말라 싱싱한 담초록의 나무와 숲은 말할 수 없이 상쾌하다. 막 샤워를 하고 나온 몸처럼 맑고 생생한 윤기가 난다.
모든 사라지는 것은 아름답다. 비 갠 아침, 연무(煙霧) 속에 빛나는 물기어린 신록(新綠)도 곧 사라지기에 더 아름답다. 사라진 청춘(靑春)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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