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을 자꾸 건드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 감정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한 번 파헤쳐봐야겠다. 그래야 앞으로 저 사람을 대할 때 나의 태도를 정할 수 있을 거 같기 때문이다.
먼저, 그 사람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싫음’이다. 외모도 그렇고 늘 바쁘게 돌아가는 눈동자도 그렇다. 그렇다고 겉모습으로만 그 사람을 판단하기에는 함께한 세월이 있다. 그렇다고 그냥 멀리 하기에는 내가 받은 은혜가 하나있다. 멀뚱하게 서 있는 나를 챙겨서 상을 하나 받게 한 것이다. 물론, 이 상은 본인은 넘치게 받아서 필요없는, 그리고 막 사람들이 탐내는 그런 수준의 상은 아니었지만, 나는 고마웠다. 이러나저러나 상이지 않은가.
저 사람을 떠올리면 드는 두번째 감정은 ‘축은함’이다.
저사람은 돈도 많고, 단란한 가정도 이루고 있으며, 일을 잘해서 능력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단하나, 주변사람들이 저사람을 싫어하고 멀리한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으로 그 이유를 말을 해보자면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는 태도 때문이다. 만날 때마다 바쁘게 눈동자가 굴러간다. 그러니까 사람은 보이지 않고 오직 일, 성취에만 관심이 있다. 속마음을 터놓기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약속을 먼저 해놓고 지키지 않고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거나, 음..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한다거나 하는 행동들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은 그 사람에게는 그저 본인이 가는 길에 서 있어서 잠시 스치는 사람일 뿐이다.
나도 저 사람이 싫고 저 사람도 나를 존중하지 않으니,
그리 신경 쓸일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또 같은 학교에서 만나게 되었다. 거기다가 하나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아팠다는 것이다. 다행히 초기라서 몇 번의 항암치료로 끝이났고, 지금은 짧게 올라온 머리카락을 모자로 가렸다가 다시 용감하게 벗고 나타났는데, 나는 그 모습이 싫으면서도 측은하다. 도대체 왜 저렇게 살까. 낯선 곳에 아픈 몸으로 자신의 성취를 향해 나타났다. 용기를 내는 몇가지 모습은 본받을 점이 충분히 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저 사람이 나는 싫다. 그래서 봐도 못 본척 못되게 어색하게 지나치고는 있는데.. 내 마음이 무겁다. 낯선 곳에서 아픈 몸으로. 가장 어렵고 힘들 때 나라도 아는 척이라도 해야하는게 아닌가.. 두 개의 감정이 싸운다.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을 해서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인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모르겠다. 아니면 다들 싫어하는 사람과 아는 사람인 것이 싫은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저 사람과 닮은 점이 있나. 그게 거슬려서 이렇게나 복잡하게 싫은건가.
그냥 형식적으로 인사하고 지내면 되는데, 나는 그게 어렵다. 곤란함을 만나면 가장 먼저 피하는 나의 성향 때문에 더 그럴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른다고 하여, 내 앞에 곤란함으로 나타난 저사람을 자꾸 피할수만은 없다.
그래서 동전을 던졌다.
이번에는 변효가 없는 뇌택귀매가 나왔다.
그리하여 풀이를 해보자면, 사사로운 감정(약자인 순간인데, 인간의 도리상 아는 척이라고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측은함) 에 치우쳐서 괜히 위해주려고 어설프게 아는 척을 했다가는, 나 자신이 그 행동에 휩쓸려서 그 행동에 끌려다니게 된다. 그러니까 마음에 없는 행동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보면,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오히려 좋지 않은 관계로 끝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저사람과 나의 관계는 부딪히면 웃으면서 인사를 하는 정도, 서로 무례하지 않으나, 내가 그 사람을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딱 그만큼의 마음으로만 그 사람을 대하면 된다라는 것이다. 지금 저사람과 나의 관계는 이 정도로만 지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
한창 복잡했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만나면서 또다른 국면이 나타나면 그 때 또 다른 행동을 하면 된다.
어설프게 일어나는 감정, 낯설고 약한 상태에 있는 그 사람에게 지푸라기 한 올이라도 잡을 수 있게 지푸라기라도 내가 되어주어야 하는게 아닌가 라는 측은한 마음. 그러나 그 사람을 위해서라는 마음 이면에는 분명히 나중에 내가 어떻게 했는데.. 나한테 이렇게 하나.. 라는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으리라. 그런 마음을 완전히 없애고 대할 마음이 없다면, 지금 내 마음에서 할 수 있는 선을 지키는 것이 옳다.
마음은 들키게 마련이고, 마음은 변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인생, 던진 동전대로 풀릴리야 있겠냐마는, 그 안에서 섣불렀던 내 마음을 알아차렸다.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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