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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

가장 견딜 만한 적당한 거리

by 두마리 4 2023. 5. 6.

 

[가장 견딜 만한 적당한 거리]

 

어느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 한 무리가 서로의 체온을 이용하여 얼어 죽는 것을 면하려고 가까이 모였다. 그러나 그들은 곧 다른 고슴도치의 가시를 느끼고, 다시 떨어졌다. 그런데 온기에 대한 욕구가 그들을 점점 가까이 모이게 했고, 그러자 또다시 불상사가 일어났다. 그래서 그들은 추위와 가시라는 두 가지 고통 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 마침내 가장 견딜 만한 적당한 거리를 찾아냈다.”

 

쇼펜하우어의 비유다. 너무 떨어져도 문제고, 너무 가까워도 문제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다. 아주 멀리 있고, 전혀 만나지도 않는 사람과는 그 거리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부, 친구, 부모와 자식, 직장 동료, 직장의 상사나 부하, 이웃한 민족이나 나라. 물건이나 일도 마찬가지다. 이런 관계에서는 가장 견딜 만한 적당한 거리가 중요하다.

 

너무 붙어서 문제라면 거리를 두어야 한다. 소노 아야코는 약간의 거리를 두라고 말한다. 약간의 거리를 두지 못해 상처받은 ‘82년생 김지영도 거리를 둠으로써 상처를 극복한다. 너무 멀리 해서 문제라면 좀 더 달라붙어야 한다. 김민식은 영어에 달라 붙어 영어책 한 권을 외워보는 것부터 시작해 영어를 잘하게 됐다고 말한다. ‘약간’, ‘적당’, ‘적절은 다른 말로 하면 중용(中庸)이다. ‘그침이기도 하다. 좋을 때 그칠 줄 알아야 적당한 거리가 유지된다. 인류는 자연과의 관계에서 그칠 줄 몰라 적당한 거리 유지에 실패하고 있다. 적당한 거리는 물리적인 거리를 포함해 심리적, 정신적 거리이기도 하다.

 

프로이트가 친밀한 관계는 거의 다 혐오감과 적대감의 앙금을 내포하고 있지만 억압되어 있다고 말한다. 친밀한 관계에서는 그 사이의 거리에 따라 말다툼, 불평, 우월감, 열등감, 경계, 시샘, 험담, 경멸, 반감 등이 발생한다. 적개심이 사랑하는 사람을 향하면, 사랑과 미움의 양가감정이 생긴다고 말한다. 상대에 대한 반감과 혐오감 속에 자기애의 나르시즘이 있다고 말한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면 그 관계가 유지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시작할 때의 설렘이나 들뜸도 이별 뒤의 슬픔도 가슴이 감당해야 할 몫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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