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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부제 : 30년만의 휴식) 3월의 어느 저녁 무렵이었다. 쓰레기를 버리고 들어오다 문득 ‘일 스트레스 안 받으니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직을 안 했다면 지금쯤 학교에서 정신없이 바쁠 때가 아니던가. 편안하고 여유로운 기분이 낮 설었지만, 안정감도 들었다. 물론 2년 전에도 큰아이 초등학교 입학으로 휴직을 했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유치원도 학교도 가지 못하는 아이들과 내내 전쟁을 치르듯 지내다 보니 하루도 맘 편안할 날이 없었다.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는 말을 어렸을 적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 그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여겨질 만큼. 그런 이유로 살림 밑천 노릇을 하려고 여상으로 진학했다. 3학년 초, 한 보험회사에 합격해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벌써 약 30년 전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보험에 대한 인식이 그.. 2023. 5. 30.
죽음에 대한 태도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신 지 53일째다. 병원에서 뇌 속의 피를 뽑아내는 시술을 하고 중환자실에 3주 동안 있었다. 그 뒤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숨만 쉬고 계신다. 아직 살아계신 어머니 동기(同氣), 외삼촌과 이모한테 전화를 했었다. 막내 이모가 말했다. “아이구 야야, 뭐 할라고 시술했노? 그 나이에 고생만 할낀데.” 어머니는 올해 아흔이다. 병원에 도착한 날, 처음에 원장하고 상담을 했다. 뇌 속의 피를 뽑아내기 위해 관을 삽입하는 시술을 해야 된다고 했다. 시술을 할 경우에 얼마나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지 물었다. 시술을 안 할 경우에 어떻게 진행되는지 물었다. 두어 번 물으니 원장이 지금은 보호자가 그런 것을 판단할 시점이 아니고 피가 더 번지기 전에 시술을 해야 된다고 했다. 다들 기본적으로 그.. 2023.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