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2 고방 우리 집에서도 '고방'이라 했다 장독으로 안 쓰는 독에는 한 가득 홍시가 들어있어 겨우내 수시로 갖다 먹었다. 스케이트를 타거나 물고기를 잡는다고 추위에 한나절 떨다가 들어와 따뜻한 아랫목에 뜨근하게 데운 시루떡을 차가운 홍시에 찍어 먹던 맛을 잊을 수 없다. 외갓집 고방에서는 갈 때마다 늦가을 따서 재놓았다 밥그릇에 퍼주시던 고욤 맛이 외할머니의 곰방대와 웃음처럼 정겹고 푸근했다. 우리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술은 광약(狂藥)이라 말씀하시면서 안 마셨기 때문에 음식 솜씨 욕심 많은 어머니도 술 담는 실력은 없으셨다. 딱 한 번 동네 술 잘 담는 아지매한테 배워서 술을 담았는데 성공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복숭아, 머루 등을 넣고 소주를 부어 만든 과실주는 항아리들은 몇 개 있었다. 술 먹는 사람이.. 2024. 1. 26. 국수 나는 국수를 좋아한다. 한 번 먹으면 보통 세 그릇 정도는 먹는다. 물에 말아서 두 그릇 먹고, 고추장에 비벼서 한 그릇 먹는다. 쫄깃한 면을 좋아한다. 밀가루 반죽에 탄산나트륨을 더하면 쫄깃한 알칼리성 국수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면발이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국수를 먹으려면 삶을 때 타이밍도 중요하다. 국수 면발의 굵기에 따라 면이 익어가는 빛깔을 보고 있다가 건져내자마자 얼음 찬물에 식히면 더 쫄깃한 식감을 얻을 수 있다. 말아먹는 국수는 육수도 중요하지만, 양념장도 맛있어야 한다. 먹을 때의 상황도 맛에 영향을 미친다. 시골에서 모내기를 할 때 새참으로 먹었던 국수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면은 탱글하지도 쫄깃하지도 않았지만, 논밭 사이 언덕에서 국수 한 뭉텅이에 멸치 육수를 붓고, 부추 나물을 고명.. 2023. 7.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