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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치유와 수련의 필사(筆寫)

장자(莊子) 읽기-산목(山木), 쓸모 없음과 쓸모 있음

by 두마리 4 2025. 7. 5.

장자가 산 속을 가다가 가지와 잎이 매우 무성한 큰 나무를 보았다. 그런데 나무를 베는 사람이 그 곁에 서 있으면서 그 나무를 베려 하지 않았다. 장자가 그 까닭을 물으니 그가 대답했다.

쓸모가 없습니다.”

장자가 말했다.

이 나무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하늘이 준 목숨을 살 수가 있구나.”

이윽고 장자는 산을 나와 친구의 집에서 묵었다. 친구는 기뻐하면서 종아이더러 기러기를 잡아 요리하라고 했다. 그러자 그 종아이가 물었다.

한 놈은 잘 울고 한 놈은 울지를 않습니다. 어떤 것을 잡을까요?”

주인이 말했다.

울지 않는 것을 잡아라.”

이튿날 장자의 제자들이 물었다.

어제 산 속에서 나무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천수를 살 수가 있었고, 오늘 주인 집의 기러기는 쓸모가 없어서 죽으니, 선생님께서는 어느 쪽에 몸을 두시고자 합니까?”

장자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장차 쓸모가 있는 것과 쓸모가 없는 것의 중간에 처하리라. 그러나 쓸모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중간은 도()에 비슷하지만 진실한 도()는 아니다. 그러므로 화()를 면할 수는 없다. 대체로 저 도덕을 타고 떠돌아 노는 사람은 그렇지가 않다. 그에게는 명예도 없고 비방도 없으며 어느 때는 용이 되고, 어느 때는 뱀이 되며, 때를 따라 함께 변화하면서 하나에 집착하는 일이 없다. 어느 때는 올라가고, 어느 때는 내려오며 화합하는 것으로써 도량을 삼는다. 마음을 만물의 근원인 도()에 소요케 하여 물()을 물()로써 부리고 물()에게 자신을 사역당하지 않으면 어찌 물()에게 화를 당하겠는가? 이것은 신농(神農), 황제(黃帝)의 법칙이다. 그러나 저 만물의 실정(實情)이나 인류의 습속은 그렇지가 않다. 모이면 떠나가고, 명예를 이루면 비방을 받으며, 모가 지면 꺾이고, 높아지면 비평을 받으며, 하는 일이 있으면 깨어지고, 어질면 음모를 받으며, 어리석으면 속으므로, 어찌 쓸모가 있든 없든간에 화를 면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슬프도다. 제자들아, 잘 기억해 두어라. 오직 도덕의 고향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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