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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양식으로서의 앎

by 두마리 4 2025. 1. 15.

기억하는 것이 많으면 생존에 유리하다. 기억(記憶)이란 말 자체가 지나간 일을 잊지 않음이니 소유에 가깝다. 지나간 일을 많이 기억하면 현재나 미래의 똑똑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머리가 좋다고 말한다.

 

5~60년대만 해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문자로 적어놓지 못하니 순전히 기억에 의존해야 했다. 집안의 제사 다른 집의 경조사, 가족의 생일, 농사에 필요한 절기와 해야 할 일 등을 모조리 기억했다. 절박한 만큼 기억도 정확했다. 돈의 단위도 외워서 익혔고, 지명을 나타내는 문자도 이미지로 기억했다.

 

우리는 기억하기 위해 종이에 적어둔다. 하지만 종이에 적는 순간 기억은 소외되어 버린다. 또 기억하기 위해 적어놓는 행위가 기억력을 감퇴시킨다. 휴대폰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전화번호 두어 개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휴대폰에 기억해야 할 여러 가지를 입력해놓는다. 휴대폰을 잃어버리면 마치 영혼이 가출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더 기계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나의 아바타와 같은 기계를 데리고 다닐 것이다. 그만큼 인간은 소외될 것이다. 수십 년 전 교과서에 처음 배운 인간소외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소유 양식으로서의 지식은 이용할 수 있는 지식을 머리에 넣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에 따르면 존재 양식으로서의 지식은 끊임없는 인식이다. 환상에서 깨어나는 것, 꿰뚫고 비판적으로 능동적으로 노력하는 것, 관통하는 것, 알고 사랑하는 것이다. 무지(無知) 또한 알고있는 사람에게는 지식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이다. 존재 양식에 최적의 지식은 더 깊이 아는 것이다.

 

프롬은 존재양식으로서 인식은 창조적인 관통의 특질이면 이것은 히브리어 야다(jadoa/yada)’에 표현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 창세기 41절에 아담이 자기 아내 하와를 알았더니, 그녀가 임신하여라고 나온다. 아는 것은 꿰뚫는 것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앎이고 존재양식으로서의 앎이다.

 

(공백 포함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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