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儀式)은 식(式)이고 의례(儀禮)고 의전(儀典)이다. 국민의례, 결혼식, 장례식, 입학식, 졸업식, 수료식……. 온갖 거동의 법이다. 의식(意識)은 인식 작용, 견해, 사상, 마음 작용, 정신 작용이다. 의식(儀式)이 의식(意識)을 어느 정도 지배할까.
어떤 의례든 일반적인 관례대로 하는 것과 간단하게 하는 것, 독창적으로 하는 것, 하지 않는 것 실제 해보면 그에 따른 마음이나 정신 작용에 차이가 있다. 의식의 의미를 알든 모른든 일반 사람들은 큰 위험 부담 없이 하려고 대부분 정형화된 일반적인 격식에 따른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의식(儀式)을 이랬다 저랬다 해보기는 힘들다.
제대로 의식을 갖춘 점은 시초점이다. 시초(蓍草)라는 톱풀 줄기로 점대를 만들어 시초점이라 불린다. 점대 50개가 필요하다. 55개로 해야 된다는 사람도 있다. 하도(河圖)에 나오는 수가 1에서 10이다. 이중에 홀수인 1, 3, 5, 7, 9는 천수(天數)이다. 짝수인 2, 4, 6, 8, 10은 지수(地數)다. 천수의 합은 25이고 지수의 합은 30이다. 이 둘은 더하면 55이다. 낙서(洛書)에 나오는 수는 1에서 9다. 1, 3, 5, 7, 9 천수(天數)의 합은 25이다. 2, 4, 6, 8 지수(地數)의 합은 20이다. 이 둘의 합은 45이다. 하도와 낙서의 수를 합하면 100이고 이 둘은 나눈 수가 50이다. 그래서 시초점을 칠 때 점대는 50개로 한다.
나무젓가락으로 시초를 만들었다. 나무젓가락 60개에 1,000원짜리가 있다. 둘로 쪼개닌 120개가 나온다. 천 원으로 시초 두 세트를 만들 수 있다.
점을 치기 전에 목욕재계하고 물음을 정리한다. 옷을 정제하고, 자세를 바르게 앉는다. 시초 50개 중에 하나를 빼서 통 안에 넣어 둔다. 이는 태극이나 조물주를 상징한다고 한다. 49개의 시초를 물음을 생각하면서 무심히 왼손과 오른손에 나눠 쥔다. 왼손은 천(天)을 상징하고, 오른손은 지(地)를 상징한다. 오른손에 쥔 시초 하나를 빼서 왼손 새끼손가락과 약지 사이에 낀다. 이는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인(人)을 상징한다.
먼저 왼손에 잡고 있는 시초를 나머지가 1~4개 될 때까지 4개씩 내려놓는다. 4개는 사계절을 뜻한다. 나머지를 왼손 중지와 약지 사이에 낀다. 오른손에 쥐었던 시초를 나머지가 1~4개 될 때까지 4개씩 내려놓는다. 나머지를 왼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낀다. 왼손 손가락 사이에 낀 시초를 모아 헤아려보면 5개 아니면 9개다. 이를 태극에 걸어두는데 이를 1변(變)이라 한다.
1변을 마치고 나면 바닥에 남은 시초는 40개나 44개다. 이를 물음을 생각하며 무심히 왼손과 오른손에 나눠 쥔다. 그 다음에 오른손에서 하나를 뽑아 왼손 새끼손가라과 약지 사이에 낀다. 왼손에 잡은 시초부터 나머지가 1~4개 될 때까지 4개씩 내려놓는다. 나머지를 왼손 중지와 약지 사이에 낀다. 오른손에 쥐었던 시초를 나머지가 1~4개 될 때까지 4개씩 내려놓는다. 나머지를 왼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낀다. 왼손 손가락에 끼었던 시초를 모두 합하면 4개 또는 8개인데 이를 태극에 걸어놓는다. 2변(變)이다.
바닥에 시초를 잡고 물음을 생각하면서 무심히 왼손과 오른손에 나눠쥔다. 오른손에 쥐었던 시초 중에서 하나를 뽑아 왼손 새끼손가락과 약지 사이에 낀다. 왼손의 시초를 나머지가 1~4개 될 때까지 4개씩 내려놓는다. 그 나머지를 왼손 중지와 약지 사이에 낀다. 오른손에 쥐었던 시초를 나머지가 1~4개 될 때까지 4개씩 내려놓는다. 나머지를 왼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낀다. 왼손 손가락에 끼었던 시초를 모두 합하면 4개 또는 8개인데 이를 태극에 걸어놓는다. 3변이다. 바닥에 남은 시초를 4개씩 묶음을 나눈다. 이 묶음의 개수는 6, 7, 8, 9 중의 하나다. 6이면 노음, 7이면 소양, 8이면 소음, 9이면 노양이다.
한 효를 얻는데 3변을 한다. 3변의 과정을 여섯 번 하면 6효를 얻는다.
주역에서 점 치는 것도 일종의 의식(儀式)이다. 동전 세 개를 여섯 번만 던져도 6개의 효를 얻을 수 있다. 시초점을 치는 것과 동전 점을 치는 것은 마음과 정신에 작용하는 바가 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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