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감응(同氣感應), 묘의 좋고 나쁜 기운이 후손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말한다. 조상과 후손은 같은 혈통관계로 같은 유전인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감응을 일으킨다는 말이다. 믿는 사람도 있고, 믿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에 따라 조상의 묘터를 잡거나 벌초를 하는 일에 관심을 갖는 정도도 다르다.
주역 중천건괘 문언전에 ‘동성상응(同聲相應) 동기상구(同氣相求)’라는 말이 나온다.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며 같은 기운끼리는 서로 구한다는 뜻이다. 그 다음에 ‘물은 젖은 데로 흐르며 불은 마른 데로 나아가며, 구름은 용을 좋으며 바람은 범을 따른다’는 말이 이어진다. 서로 응하고 서로 구하는 것은 아무래도 가족끼리, 집안끼리 먼저일 것이다.
요즘 조상의 묘에 벌초를 하는 때다. 오늘 벌초를 하러 갔다. 가장 먼저 벌초를 하는 묘는 가장 윗대 할아버지 묘소다. 12대 위쯤 된다. 그 밑의 자손들이 모두 모여 벌초를 한다. 묘역도 크고 벌초하러 오는 사람들도 수십 명 된다. 예초기가 나오기 전, 자손들이 대부분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시절에는 낫 한 자루씩 들고 와서 묘역을 빙 둘러앉아서 잔디와 풀을 깍아들어왔다. 보기도 좋았고, 의미도 더 있었던 풍경이었다. 지금은 예초기 수십 대로 빠르게 해치워버린다. 벌초가 끝나면 돼지수육과 명태포를 차려놓고 술을 드리고 자손들이 모두 절을 한다. 그 다음에 고기를 나눠 먹고 술을 나눠 마시고, 이야기를 나눈다. 대부분 1년에 한 번만 보는 사람들이다. 그 다음부터는 각자 자기 집안의 묘를 벌초하기 위해 흩어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종교적 형태든 문화 의식이든 형식은 다르지만, 대부분 죽은 자나 영혼에 대한 의례가 있다. 공통점이 있다. 일정한 의식 절차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 모인다. 음식을 차리고 제사를 모신 뒤 참여한 사람들이 나눠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일종의 축체 형식이다. 기본적으로 대동단결하여 단합하고 같은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에서 이익을 창출하고 나누는 사업, 구성원이 함께 즐길 수 프로그램,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규범 등에 따라서 공동체의 크기와 힘은 달라진다.
돌잔치, 집들이, 계모임, 추석이나 설 때의 명절 제사, 기제사, 마을 축제, 지자체 단위의 각종 공연이나 축제, 종교 의식 등은 모두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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