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도끼다2 낯선 도시에 혼자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섬』(장 그르니에) 중에서 내가 살아온 동네에서 계속 산다면 나를 아는 가족과 친척, 동료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곳에서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망도 버리기가 어렵다. 나를 아는 사람이 많고 내가 가진 것으로 부양해야 할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또 이미 수십 년을 살아온 익숙한 도시에서는 겸손하게 마음을 비우는 것도 힘들다. 남루하게 사는 것도 혁명적인 결단과 용기가 없으며 불가능하다. 혼자서 낯선 도시에 간다면 눈치볼 것 없어서 느끼는 자유로움도 있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생존하려면 겸허해질 수밖에 없다. 말도 통하지 않을 만큼 낯선 도시라면 겸허.. 2024. 3. 15. 결핍의 역설 사람들은 모자람보다는 풍부함을 더 원한다. 하지만 결핍이 주는 간절함과 그에 따른 성장과 발전, 만족도 의미가 크다.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녔으나 보지 못했네 짚신이 닳도록 먼 산 구름 덮인 곳까지 헤맸네 지쳐 돌아오니 창 앞 매화향기 미소가 가득 봄은 이미 그 가지에 매달려 있었네 『책은 도끼다』에 인용돼 있는 한시(漢詩)다. 파랑새 이야기와 유사하다. 행복을 상징하는 ‘파랑새’를 틸틸과 미틸이 온갖 곳을 전전하며 찾다가 집에 와보니 파랑새는 집에 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행복한 삶을 위해 온갖 노력과 고생을 하며 한 평생을 보낸다. 그러다 죽을 때가 다 되어서야 소박하고 단순한 삶의 행복을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한다.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닌 결핍이나 간절함이 없었다면 창가 매화가지에서 봄을 느꼈을까... 2024. 3.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