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2 버들을 꺾어서 주는 마음 『한시미학산책』(정민)에서 저자는 버드나무가 봄날의 서정을 촉진시키는 환기물인 동시에 ‘이별과 재회에의 염원’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그 예로 다음 작품들을 예로 들고 있다. 멧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손대 계시는 창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봄비에 새 잎 곳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서 ㅡㅡ홍랑 위성의 아침 비가 가는 먼지 적시니 객사엔 파릇파릇 버들 빛이 새롭다 그대에게 다시금 한 잔 술 권하노라 양관을 나서면 아는 이가 없을지니 ---, 왕유 동성엔 봄풀이 푸르다지만 남포의 버들은 가지가 없네 --- 저사종 내 낀 버들 어느새 금실을 너울대니 이별의 징표로 꺾이어짐 얼마던고 숲 아래 저 매미도 이별 한을 안다는 듯 석양의 가지 위로 소리 끌며 오르누나 ---- 김극기 이별하는 사람들 날마다 버들 꺾어 천 .. 2023. 9. 21. 발갛게 콩닥거리는 눈길 이웃집 꼬맹이가 대추 서리 왔는데 늙은이 문 나서 꼬맹이를 쫓는구나 꼬맹이는 되돌아서 노인에게 소리친다 “내년 대추 익을 때까지 살지도 못할걸요” 이달(李達)이 쓴 박조요(撲棗謠), 대추 따는 노래다. 자연스럽고 평이하다. 심오한 내용도 없고, 뛰어난 수사(修辭)도 없다. 그런데도 시를 읽으면 편안하고 재미있다. 시를 이해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주제를 생각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이런 시야말로 이치의 길에 빠지지 않은 시가 아닌가. 언어의 그물에 걸려들지 않은 시가 아닐까. 영양은 잠을 잘 때 외적의 해를 피하기 위해 뿔을 나뭇가지에 걸고 허공에 매달려 잔다고 한다. 시에서 말은 영양이 땅 위를 걸을 때 생기는 발자국이다. 시의 의미는 뿔을 걸고 허공에 매달린 영양처럼 언어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다... 2023. 7.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