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령1 무일(無逸) 어느 따뜻한 겨울날이었다. 내촌 양반이 집에 없는 날이어서 여유가 생긴 아들이 앨범에서 오래된 사진을 처음 보고 부엌에 있는 내촌댁한테 물었다. “어무이, 엄청나게 잘 생긴 이 군인 아저씨는 누구야?” “야가 무신 소리하고 있노? 너거 아부지 아이가.” 내촌 양반은 이런 날에는 동네 남정네들하고 복령을 캐러 갔다. 같은 마을에는 복령을 캐러 다니는 꾼들이 대여섯 명 있었다. 우선 땅 속에 있는 복령을 탐지할 수 있는 쇠꼬챙이가 필요하다. 양손으로 잡고 땅을 찌르기에 알맞은 티(T) 자형 나무를 다듬어 쇠꼬챙이를 박고 단단하게 고정을 시킨다. 쇠꼬챙이의 끝은 송곳처럼 예리하게 다듬는다. 길고 짧은 쇠꼬챙이를 보통 서너 개씩은 가져다닌다. 쇠꼬챙이가 부러질 때도 있고 지형(地形)에 따라 쓰임이 다르기도 하기.. 2023. 4. 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