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고1 다 썩어가는 모과 한 알 어느 늦가을 모과나무 아래 떨어진 모과를 두 개 주워왔다. 거실에 두고 진하지 않은 향과 노오란 빛깔을어쩌다 즐겼다. 어쩌다 한 번 쳐다보았다. 어쩌다 한 번 집어서 냄새를 맡았다. 그러다 크고 잘생긴 하나가먼저 썩었다. 주워왔던 그곳에 내다 버렸다. 오늘, 하나 남은 모과에 무심히 눈이 갔다. 이리 저리 돌려가며 보았다. 눕혀도 보았다. 위에서도 보았다.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 보였다. 작은 물개처럼 보였다. 작고 통통한 한 마리 새처럼 보였다. 한 무더기 똥처럼 보였다. 다 썩어가는 모과일 뿐인데 보기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보인다. 다 썩어가는 모과를 물개라고 우겨볼까. 다 썩어가는 모과를 노란점박이 새라고 우겨볼까. 다 썩어가는 모과를 한 무더기 똥이라고 우겨볼까. 다 썩어가는 모과를 다 썩어가는.. 2025. 1.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