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음과 힘듦의 맛
오늘 하루 종일 굶다시피 하면서 밭에 가서 일을 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거의 쉬지 않고 일했다. 오후 2시 넘어서 탱자만한 짭짜리 토마토 4개, 식빵 2조각, 바나나 1개만 먹었다. 물은 400ml짜리 4통 정도 마셨다.
오랜만에 쫄쫄 굶어서 기운은 좀 없지만 몸은 아주 가볍다. 하루 한 끼를 먹은지 십 몇 년이 넘었다. 한 끼 먹는다고 해서 1/3을 먹는 게 아니다. 오후 3시 정도 넘으면 저녁 식사를 포함해 세 끼 먹을 분량을 한 끼에 다 먹는다. 처음에는 아침부터 배가 고팠다. 그 전날 목까지 차오르도록 먹는데도 아침부터 배가 고팠다. 석 달을 지나니까 몸이 알아서 배분을 하는지 아침, 점심을 안 먹는데도 허기가 나지 않았다.
처음 몇 년 간은 매우 철저하게 했다. 아침에 커피도 안 마시고 군것질도 일체 하지 않았다. 물만 마셨다. 물은 한 시간에 500ml 한 통 정도 마셨다. 그러다가 오후 3시 넘어서 음식을 먹으면 어떤 음식이든 정말 맛있다.
하루 한 끼 먹는 것의 효과는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나의 경우는 혈압이 낮아졌다. 입술이 부르트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겨울에 발바닥이 갈라지곤 했는데 없어졌다. 안 좋아지는 것보다 좋아진 게 많으니 여전히 하고 있다. 불편한 점도 있다. 명절 때나 가족끼리 모여서 아침부터 먹어야 하거나, 피치 못해 점심을 먹어야 될 때다.
요즘은 옛날만큼 간헐적 단식을 철저히 하지는 않는다. 아침에 커피도 한 잔 하고, 점심 식사도 하는 경우가 많다. 대사증후군의 요인인 고지혈증, 당뇨, 혈압 등의 수치가 정상치의 범위 내에 있으나 1일 1식을 철저히 할 때만큼 수치가 좋지는 않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배는 등짝에 붙은 듯 고팠지만, 몸은 가벼웠다. 얼굴을 만져보니 땀이 말라 생긴 소금기가 버석버석하다. 짭짤하니 삶은 계란 두 개 정도는 먹을 만하다. 샤워를 하고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은 거의 천국의 맛이다.
1일 1식을 하기 전에는 한 끼도 굶지 않았고, 제때 밥을 먹지 못하면 엄청 짜증을 내곤 했다. 직장 생활을 할 때 아침, 점심을 먹지 않으면 출근할 때도 다른 사람들이 점심 식사를 할 때도 호젓하게 여유를 부리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굶음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하루 종일 굶으면 모든 음식이 맛있다. 고통은 쾌락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면, 일이 끝난 뒤에 시간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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