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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천수송괘(天水訟卦䷅)는 다툼에 관한 괘다. 다툼은 왜 일어나는가? 서괘전에 따르면 음식과 기다림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을 것을 더 많이 차지하려고 한다. 또는 최소한 공정하게 자신의 몫이 배분되기를 바란다. 사람들은 무엇을 기다리는가? 비를 기다리고, 열매를 기다린다. 더 행복할 수 있는 무엇을 기다린다. 음식이든 기다림이든 이로움을 원한다.

 

인간 세상에서 다툼은 피할 수 없다. 자신이 한 일보다 더 많은 이익을 바라는 인간은 늘 있다. 천수송괘에 따르면 방향이 서로 어긋나면 다툼이 일어난다. 하늘처럼 윗사람이 강건하고 아랫사람이 막히거나 험난하면 다툼이 일어난다. 강건함이 험난함이나 음험함과 만나면 다툼이 일어난다. 한 사람이 겉으로 강건하고 속으로 음험해도 다툼이 일어난다.

 

()은 말[()]로 하는 공()적인 다툼이다. 법이 그 기준이다. 검찰과 경찰이 기소(起訴)하고 수사(搜査)한다. 변호사가 변론하고 최종적으로 판사가 판결한다. ()도 사람이 만든다. 검찰도, 경찰도, 변호사도, 판사도 사람이다. 사람은 공정하려고 최선을 다해도 완전히 공정할 수는 없다. 송사에 관련된 검사, 경찰, 판사가 공정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들이 편파적인 이익을 위해 공정하지 않은 행위를 의도적으로 할 가능성은 늘 있다. 또 송사(訟事)의 절차는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든다.

 

송사를 대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 천수송괘()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자. 송사는 믿음이 있고 진실해도 막힐 수 있어 두렵다. 중도를 지켜야 길하다. 송사에서 중도를 지킨다는 무얼까? 송사에 필요한 모든 증거들이 적중(的中)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송사를 끝까지 하면 흉하다. 송사에 이기더라도 하지 않는 것에 비해서 더 이로운 것은 없. 송사를 할 때는 대인 즉 전문가나 더 지혜로운 사람의 의견을 구해야 이롭다. 송사를 통해서 이익을 얻거나 공을 세우려 해서는 안 된다. 송사를 통해서 얻은 관직은 오래 못간다.

 

천수송괘의 대상전에서 군자는 천수송괘를 본받아 일을 시작하되 신중하게 도모한다고 말한다. 아예 시작부터 다툼이 일어날 씨앗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송사는 일어나지 않게 하고,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염파인상여 열전이 있다. 염파는 조나라의 뛰어난 장수로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워 상경(上卿)이 되었다. 인상여는 조나라 사람으로 환관의 우두머리인 무현의 사인(私人)이었다.

 

조나라가 초나라의 화씨벽을 손에 넣게 되었다. 이것을 전해들은 강한 진나라가 화씨벽을 뺏으려고 성을 15개 줄테니 화씨벽을 달라고 했다. 진나라의 속셈을 알아차린 조나라는 여러 날을 고민한 끝에 인상여를 사신으로 보내게 된다. 인상여의 계책과 결기 덕분에 조나라는 화씨벽을 빼앗기지도 않고 진나라와 우호 관계도 유지하게 된다. 이 공로로 인상여는 상대부가 된다.

 

이후에도 조나라 왕은 염파와 인상여의 도움을 받아 진나라 왕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위엄을 지켜낸다. 이러한 공로로 인상여는 상경이 되고 염파보다 지위가 높아졌다. 염파는 미천한 출신인 인상여가 자신보다 높게 된 것을 부끄러워 하며 상여를 만나기만 하면 모욕을 주겠다고 벼렀다.

 

인상여는 이 말을 듣고 염파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병을 핑계 삼아 만남을 피했고 멀리 염파가 보이면 숨어버리기도 했다. 인상여의 사인들은 이러한 인상여의 태도가 못마땅하여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인상여는 이들을 말리며 진나라 왕이 조나라의 화씨벽을 뺏으려 할 때 자신은 진나라 왕을 궁정에서 꾸짖고 그 신하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는데, 어찌 염파를 두려워 피하겠냐고 했다. 진나라가 조나라를 치지 못하는 것은 자신과 염파가 있기 때문이고, 두 호랑이가 싸우면 결국은 둘 다 살지 못할 것이며, 사사로운 원망보다 나라의 위급함이 먼저라고 말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염파는 웃옷을 벗고 가시 채찍을 등에 짊어지고 빈객으로서 인상여의 문 앞에 이르러 사죄했다. 이리하여 두 사람은 서로 화해하고 죽음을 같이 하기로 약속한 벗이 되었다.

 

천수송괘의 2효사가 생각난다. “다툼을 할 수가 없으니, 돌아가 도망가서 고을 사람이 3백 호인 것처럼 하면 과실은 없다.” 상전에서는 다툼을 할 수가 없어 돌아가 숨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강건함이나 음험함이 있어도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면 다툼이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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